한 대행, '국가신인도' 위해 직접 뛴다…'고환율'에 비상

일본·미국·중국 등 주요국 주한 상의와 간담회
달러·원 환율 '1450원' 돌파에 기업 부담 가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경제 6단체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24.12.2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커지고 있는 국가신인도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선다.

미국 트럼프 신(新)행정부 출범에 더해 국내 정국 혼란으로 촉발된 고환율 문제가 국내 기업을 억누르고 있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권한대행이 내일부터 주한일본상공회의소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요국 주한(駐韓) 상의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주한미국상의(AMCHAM·암참), 주한중국상의(CCCK), 주한독일상의(KGCCI) 등과도 일정이 협의되는 대로 간담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이 주요국 기업인들과 잇달아 만나는 것은 계엄 사태로 외국 기업의 대한(對韓) 투자가 위축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알려 국가신인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해외 투자자가 한국시장에서 투자금을 빼지 않도록 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고환율 장기화로 국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한 권한대행이 대외 행보를 본격적으로 늘리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환율 문제가 여러 차례 거론됐다.

경제계에서 고환율 부담을 언급한 이날도 환율 상승세는 계속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6원 오른 1452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1450원 이상을 기록했다.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뿐 아니라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달러 가치는 고공행진 중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이 오를 경우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에너지와 식품 수입 비용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담도 전반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관한 불신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권한대행이 직접 나서 국가신인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유"라고 했다.

정부는 현재 외환보유고가 약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충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외환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정부 내에서는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내란·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상설특검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 권한대행도 탄핵 대상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소추될 경우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헌정사상 유례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국회를 통과한 두 특검법을 2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법안 처리시한인 내년 1월 1일까지 숙고한다는 방침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적 요소를 살펴봐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라며 "고차 방정식을 푸는 데 조금 더 시간을 주십사 (국회에) 부탁을 드린다"고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