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위조해 관광지 가고 출장 심사는 셀프로…기 막힌 외유출장

권익위, 243개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점검 결과 발표
항공권 조작으로만 18억 빼돌려…환수·형사처벌 수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국민권익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024.12.11/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방의회 국외출장 상당수가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관광을 위해 부족한 비용은 여행사 대표 강연비 등으로 예산을 지출하는 등 편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43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지방의회가 주관한 지방의원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점검해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243개 지방의회는 최근 3년간 915건 출장을 가면서 약 355억 원을 예산으로 지출했다. 지자체 예산으로 출장을 가면서 지방의회 의원이 동행한 출장까지 포함하면 1400건에 약 400억 원이 지출됐다.

실태점검 결과,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가 405건(44.2%) 확인됐다.

A의회는 비즈니스 등급의 항공권을 발권해 등급을 이코노미로 위조하고 금액을 청구한 다음, 항공권을 취소하고 이코노미 항공권을 새로 발권받아 출장을 갔다.

B의회는 항공권의 항공료 부분을 직접 위조해 실제 금액과 다른 금액을 항공권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위조하고 항공료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비용 허위 청구는 형사처벌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의원의 의전을 위해 과도하게 많은 의회 직원이 출장에 동원됐고, 의회 직원이 이를 부담하는 대신 지방의원이 이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C의회는 의원 10명이 출장을 가며 직원 7명을 동원했고, 이때 의원들이 약 900만 원에 해당하는 직원의 부담금을 대신 납부했다.

이같은 사례는 117건(13%)에 달했다. 이런 행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금지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방의원들이 공무로 국외출장을 가면서 소주, 안주뿐만 아니라 숙취해소제, 해장국, 영양제, 피로회복제까지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D의회는 출장수행 목적으로 라면과 김치 등을 200만 원 넘게 구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간식 등 물품을 구입한 사례는 178건(19.5%)에 달한다.

출장 방문지역을 분석한 결과, 정해진 관광 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확인됐다.

총 61개국을 방문했으나 20개국에 대한 방문빈도가 80% 이상에 달했고, 싱가포르는 총 94건의 출장이 있었는데 가든스바이더베이 74회, URA시티갤러리 73회 등으로 관광지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E의회의 경우 4박 6일로 호주를 방문하면서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오페라하우스 등 전부 관광지만 방문하기도 했다.

관광지를 방문하면서 가이드료, 입장료를 별도의 예산으로 지출한 경우도 33건(3.6%)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적 목적에 맞지 않는 지출로 환수처분이 필요한 사안이다.

권익위는 지방의회 국외출장이 위법하고 부적절하게 이뤄진 것은 국외출장을 심사하는 기구인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사위는 일정의 외유성 등을 지적하면서도 출장 자체는 의결하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의원이 심사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의원은 동료의원과의 관계, 향후 자기 출장을 고려하게 되므로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자기 출장을 자신이 심사한 경우도 79건(8.63%)에 달했다.

이외에도 출장 취소에 따른 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한 사례를 확인했다. F의회의 경우 출장을 취소했음에도 전혀 환불받지 않았다.

권익위는 지방의회 국외출장 전반에 걸쳐 다양한 위법행위 등이 확인됨에 따라 허위 비용청구 등 범죄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징계·환수·과태료 등 조치가 필요한 사안에 관해서는 지자체 및 지방의회에 통보하고 조치 여부를 관리할 예정이다.

권익위는 지방의회 관련 법령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하고, 내년에는 국외출장 실태에 관해 수시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개선방안으로는 방문기관이나 면담자 없이 단순히 둘러보고 오는 시찰 형태의 출장을 금지하고, 심사위 위원을 전원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심사 시 방문지, 출장자 명단뿐만 아니라 상세 지출항목과 금액도 포함하도록 하고, 심사받지 않은 항목의 지출은 금지하도록 했다.

결과보고 시 계획, 심사, 지출에 관한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및 의회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분산된 출장 관련 정보를 원스톱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점검 결과 확인된 위반사례를 교육하고 홍보해 지방의회에 올바른 문화가 정착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