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행, 거부권 행사할까…'내란 피의자' 탄핵 압박에 좁은 입지

거부권 행사는 가능…수사·탄핵 등 위기로 운신폭 제한
'국정철학 소신' 일부 정책법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4.12.1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25건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논란을 빚은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첫 정기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오는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고심하고 있다.

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 4법이 시행되면 '농업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예산 심사 지연'을 이유로 국회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가 담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있으면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문제는 한 권한대행의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죄 혐의로 고발돼 피의자 신분이며, 더불어민주당에서 탄핵을 추진할 경우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탄핵당할 수 있다.

야권에서 거부권 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만큼, 한 권한대행이 쉽사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과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편향일 수가 있다는 말씀도 드렸다"고 밝혔다.

또한 한 권한대행이 이 대표가 제안한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에 동의하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이에 관한 실무협의체 가동 관련 협의도 가졌다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가 제한될 거란 해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국정 안정'을 우선순위에 둔 만큼, 다시금 정쟁이 불거질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오랜 기간 공직에 있으면서 쌓아온 '국정 철학'이 있기 때문에, 국익에 이익이 되는 방향성을 갖고 정쟁의 소지가 적은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농업 4법 등 정책 법안에는 국익을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정치적인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거란 추측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대통령실 주요 참모와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김건희 특검법 등 거부권 논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정식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