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 혐의 '법리 방어' 무장…야당 비난 '보수 결집' 공략
계엄 정당성·부정선거 의혹 강조…"광란 칼춤" 보수층 호소
법조계 "법적 쟁점 정확히 알고 있어…치열하게 다툴 듯"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닷새 만에 내놓은 입장은 반성이나 대국민 사과보다는 내란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법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또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야당에 책임을 돌린 것은 오는 14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29분 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닷새 만에 추가 담화에서 그는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칩거를 이어가며 침묵했던 윤 대통령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탄핵 소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대비해 법적 검토를 마친 뒤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1997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등에 대해 내란 혐의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린 판결이다.
대법원은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따라서 그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또한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 그 넓디넓은 국회 공간을 상당 기간 장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도 말했다.
해당 발언 역시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형법 제87조)이나 '권능행사 불능'(형법 제91조 제2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적 방어논리로 해석된다.
법조계는 대통령의 담화가 법적 방어에 초점을 맞춘 점에 주목했다. "법정에서 할 얘기들"이라는 말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담화문을 보니 윤 대통령이 법적 쟁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아주 치열하게 법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윤 대통령이 '광란의 칼춤'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 '반국가적 패악질'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야당을 비판한 점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라며 광란의 칼춤을 춘다"며 국정 마비 상황을 초래한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10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계엄군의 선관위 투입을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 여당 의원들에게 탄핵안 부결을 호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짙은 담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 세력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며 "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적 반응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밝혔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쌍욕을 할 정도로 분노하게 만드는 발표"라고 했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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