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결국 하야 대신 '탄핵' 선택…질서 있는 퇴진 '거부'
계엄 관련 4번째 담화…"탄핵·수사 당당히 맞설 것"
헌재서 '승산' 있다 판단…이재명 대선 저지 의도도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향후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공언한 지 닷새 만에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결국 탄핵 수순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4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닷새 만에 청사로 출근해 내놓은 담화는 사실상 여당에서 요구한 '질서 있는 퇴진'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 수습을 위해 정국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이른바 '2·3월 하야, 4·5월 대선' 로드맵을 구상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만큼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다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예측가능한 퇴임 시나리오를 대통령실과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날 다수 여권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스스로 직에서 내려오기보다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기류가 전해지면서 질서 있는 퇴진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이날 담화를 통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하면서 여당 요구대로 물러나기보다는 탄핵이든, 수사든 어떤 것도 불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오는 14일 오후 5시에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지난 7일 1차 표결 때보다 가결 가능성이 한껏 올라간 상태다.
지난번 표결에 불참했던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다수 표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고, 찬성표를 행사하겠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인원 중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여당에서 8명만 찬성으로 돌아서면 탄핵소추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현재까지 탄핵 찬성 의사를 표한 것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조경태·안철수·김예지·김상욱·김재섭·진종오·한지아 등 7명이다.
질서 있는 퇴진을 이끌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부터 대통령 담화 뒤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며 제명·출당을 거론하면서 이탈표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물러나기보다 강공(強攻) 태세로 전환한 것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와는 다르게 보고 있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방증하는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조기 하야할 경우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각종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이 대표가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담화에 묻어났다는 시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이 대표에 관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만약 오는 14일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180일 이내 헌재 선고가 나와야 하고, 이후 대선이 진행되면 새 대통령 선출까지는 최장 60일이 더 걸린다.
나아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이 대통령을 겨냥해 내란 혐의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 중인 상황도 현직으로 자리를 지키며 방어권을 최대한 행사하려는 결정에 이르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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