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야당 16회 거론하며 '광란의 칼춤'…"망국·국헌문란·국정마비"
비상계엄 후 4번째 대국민 담화…28분 녹화 대부분 야당 비판
'탄핵' 15차례나 등장…"뜨거운 충정 믿어달라"며 2초간 머리 숙여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시킨 책임을 거대 야당에 돌리면서 사실상 '자진 하야'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2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4번째 대국민 담화를 했다. 담화는 녹화 중계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계엄 선포 담화, 4일 오전 4시 20분 계엄 해제 담화, 7일 오전 10시 사과 담화를 했다.
이번 회담은 앞선 세 차례 담화가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2층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출입기자단이 있는 1층이 아닌 언론 출입이 불가능한 2층에서 녹화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8시 21분쯤 닷새 만에 청사로 출근했다가 약 34분 뒤인 오전 8시 55분쯤 청사를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되면서 청사 방문 이유에 관해 여러 추측이 이어졌다.
이날 4차 담화 분량이 약 28분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은 담화를 녹화하기 위해 청사로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4차 담화는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됐다. 출입기자단 사이에서는 오전 9시 30분 전후로 윤 대통령이 담화를 녹화했다는 말이 돌았고 방송사들은 급하게 영상 송출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공백 포함 총 7000여 자(글자 크기 10포인트 기준 A4 용지 14쪽)에 이르는 담화문을 담담한 어조로 읽어 나갔다.
이전 세 차례 담화 때와 동일하게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먼저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오늘 비상계엄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던 1차 담화 당시 나왔던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하며 야당을 향한 원색적 비난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탄핵을 추진 중인 야당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거나,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 어디서 도대체 무얼 했나"라고 말했다.
담화 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을 16차례 언급하며 '망국'(6회), '국헌 문란'(5회), '국정 마비'(5회), '방탄'(3회), '폭거'(3회), '의회 독재'(2회), '범죄자'(2회), '반국가적 패악질'(1회), '반국가세력'(1회)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는 '자유민주주의'(6회), '헌정 질서'(5회), '정상화'(2회) 등을 언급했다.
야당이 추진해 온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 탄핵 등을 반복해서 비판하면서 '탄핵'이라는 용어도 15차례나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나",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에 대한 뜨거운 충정만큼은 믿어 달라"며 약 2초간 머리를 숙인 뒤 담화를 끝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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