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이유 주장한 "예산 폭거"에도…용산, 속수무책
사상 초유 감액 예산안 거야 강행 처리…대통령실, 입장 없음
尹, 계엄 선포시 "국가 본질 기능 훼손, 대한민국 치안 공황"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대통령실은 10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이 통과된 데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예산안 관련해 "입장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4조 1000억원 감액 예산안이 재석 의원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정부 예산안이 야당 단독 수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삭감된 예산안 주요 항목은 △예비비 2조 4000억 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활비 82억 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 506억9100만 원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 원 등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한 이후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야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권 안팎에서는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민주당이 경찰의 대공수사에 쓰일 특활비와 특경비까지 삭감한 것을 두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없앤 데 이어 이제는 경찰 수사까지 마비시키려는 것인가? 종북주의자들이 국회 깊숙이 침투한 것 아닌가'라며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예산 폭거'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정부안에서 예산을 감액하면서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또다른 관계자도 "검·경 특활비를 전면 삭감해 대공수사가 어려워졌다. 반면 국회 특활비와 특경비는 그대로 유지했다"고 조심스레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기관 특활비와 관련해 "(예산 삭감은)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는 특수활동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하겠다고 하는 건 사실 좀 당황스러운 얘기"라고 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야당이 2조 4000억 원으로 예비비를 50% 삭감한 감액안으로는 예기치 못한 산업·통상 변화 대응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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