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부결' 책임총리제 초유의 길…대통령 공백 메울 수 있나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가운데 여당에서 거론되는 '책임총리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책임총리제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제2선으로 물러나는 상황이 상정된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작동하는데 많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각'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난 뒤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최종 임기 종료 시까지 국정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책임총리제도가 거론된다.
이 때문에 한동훈 대표가 한덕수 총리와 짝을 이뤄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경우 결국 대통령의 수렴청정을 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야당이 이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탄핵 부결 이후 권력 공백을 대신할 시스템으로 정치권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대통합의 방안'은 되기 힘들다.
한 대표는 이번 탄핵 국면에서 탄핵 부결 당론을 암묵적으로 동의함으로써 계엄은 위헌이며 위법하다는 본인의 입장에 상처를 냈다.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이라는 대의를 살리지 못하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책임총리제는 한동훈 대표가 넘기 쉽지 않은 정치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책임총리제는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정치적인 용어다. 총리에게 헌법상에 부여된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각료해임권 등을 제대로 부여하고 내치(內治)에 대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헌법 86조 2항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87조 1항에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적혀 있고, 3항에는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책임총리제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총리 권한이 강화돼 대통령 권한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해석된다.
책임총리제는 지난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가 처음 제시했다. 이후 치러진 2002년, 2007년, 2012년, 2017년, 2022년 대선 모두 책임총리제를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책임총리제는 사실상 이행된 적이 없다. 그나마 김대중 정부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나, 노무현 정부 때의 이해찬 국무총리 정도가 책임총리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헌법 86조 2항의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가 총리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해석, 대통령중심제 등에 따라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의 확실한 권한 양도에 더해 여야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져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책임총리제 도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 대신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며 탄핵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시점에서 책임총리제, 거국내각, 임기 단축 개헌, 애매모호한 직무 정지와 질서 있는 퇴진 주장은 모두 윤석열과 한 줌도 안 되는 극우 보수 세력의 권력 연장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이는 시간을 끌어 본질을 희석시키고 국면이 전환될 때까지 ‘입꾹닫’하다가 때가 되면 다시 재기를 노리려는 전형적인 윤석열식 꼼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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