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양극화 타개' 재정 적극 활용…'추경'도 열어놔

건전재정 기조 이어가되 필요한 곳에 재정 투입
내수 부진·트럼프에 불확실성 커지자 기류 변화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2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양극화 타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국가 재정 운영 기조에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재정 투입이 필요한 만큼 금기로 여겨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모습이다.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극화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할 경우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한 이후 이어진 건전재정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하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양극화 타개를 위한 소요가 있을 때는 재정을 활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한 통화에서 "건전재정 기조하에서 양극화 타개에 관해 필요한 예산은 쓰겠다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추경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전반기 건전화된 재정을 바탕으로 양극화 타개에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쓰려고 한다"며 "확장재정이라기보다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는 건전재정이라는 원칙을 계속 지키되 양극화 문제 앞에서는 재정 활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이 재정 활용 카드를 꺼낸 것은 최근 일부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양극화 심화 우려가 커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건전재정에 바탕을 둔 '경제 정상화'를 성과로 내세웠으나 좀처럼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체감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소비를 보여주는 전국 소매판매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로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내수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도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감소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월별 최대실적을 찍으며 선방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아울러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을 내수 부진 등을 이유로 2.2%로 0.3%포인트(p) 내렸고, 내년 성장률은 2.0%로 각각 0.1%p, 0.2%p 하향하며 경기 위축 우려가 더 커졌다.

자칫 건전재정 기조에 매몰될 경우 임기 전반기 재정건전성 확보로 점수를 따더라도 '성공한 정부'로 남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통령실은 내년도 예산을 677조 원으로 올해보다 3.2% 늘어난 규모로 편성했는데, 당초 증가율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경우 예산을 늘려서라도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금 지원 차원은 아니지만 어려운 분을 핀셋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분들에게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재정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현재 당장 추경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이 추경을 포함한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낸 뒤 여당에서는 아직 내년도 예산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을 언급하는 것은 혼란만 불러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초에 추경이 이뤄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딱 한 번 있었다"며 "물리적으로 내년 초에 바로 추경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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