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반쪽 출범…‘尹 의료개혁’ 중대 갈림길
성탄절 전 성과 목표…새 의협 지도부 구성, 예산 지원 등 호재
의료개혁에 향후 5년 30조 투자…실손보험 제도 개선 등 추진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9개월간의 의료계와의 갈등 끝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 불참 속에 개문발차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정 협의체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해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하기로 했다. 또 주 2회 회의를 통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협의체와 관련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첫걸음을 일단 뗀 만큼 대화가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야당과 나머지 의료계도 조속히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지난 9월 초 야당이 제안하고 여당이 이를 수용한 지 두 달 만에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년도 의대 정원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를 거부했고, 야당은 이들의 불참을 이유로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으며 '반쪽 출범'이 됐다.
최근 초강경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탄핵으로 의협의 협의체 참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협이 참여하면 협의체의 대표성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이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의료 인력 확충 △지역 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의대 증원 2000명'이 포함됐으나,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을 벌이며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여당은 9개월째 이어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국가재정 10조 원, 건강보험 20조 원 등 총 30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실손보험 제도 개선, 상급병원 구조전환, 의료 사법 리스크 완화 등 세 가지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협의체에서 논의할 주요 쟁점으로는 △의대 정원 문제, △사직 전공의 복귀 및 전공의 처우 개선 △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 △필수·지역의료 활성화 및 의료사고 면책특례 조항 등이 있다.
특히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원점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첫 회의에서는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사직 전공의가 응시해 합격하더라도 내년 3월에 입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전달됐고, 의평원의 자율성을 확보해달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만한 타이밍이 지나버렸다. 수능을 당장 이번주에 치르는데 (의대 정원을 바꾸면) 전체 입시 판이 흔들린다"며 현실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전공의 복귀 후 병역 특례 문제에 대해서는 "군 입대에 걸려 있는 전공의들이 다시 수련을 시작하면 병역 특례를 달라는 얘기"라며 "현재 내년 3월에 (병역 특례) 정기 모집은 없다는 게 정부 방침이기에 모집 여부부터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 복귀를 돕기 위해서 진지하고 다양한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의료계에서는 의료 개혁이 의평원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평원은 국가에서 설립한 독립 기관이 아니라, 의학 교육의 질을 인증하는 민간 단체"라며 "의대 증원 저지 목적이 의심되는 일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자율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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