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윤 대통령 '4대 개혁 민생 직결'…남은 기간 '성과' 입증해야

이해관계자 반발·여소야대 구도 속 개혁추진 '난항'
의료·연금개혁 공론화…늘봄학교 전면화·유보통합 '성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10일로 반환점을 맞았지만, 노동·교육·의료·연금 등 4대 개혁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역대 정부가 손대지 않았던 연금과 의료 개혁을 공론화한 점은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의 반발과 여소야대 국회 구도 속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연금, 의료, 노동, 교육개혁과 인구위기를 극복하는 저출생을 위한 개혁, 4플러스1 개혁은 민생과 직결된 것"이라며 "여론과 민심에 귀를 귀울여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차질없이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개혁정책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년 6개월간 국민이 체감할 만한 개혁의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가 줄었고, 초등 늘봄학교(방과 후 수업+돌봄) 전면화, 유보통합(영유아 보육·교육 통합) 정도가 내세울 만한 성과로 거론된다.

의료·연금개혁 시작은 했지만…거센 반발

윤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의료 개혁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4대 과제'을 발표하며 개혁에 본격 착수했다.

또 지난달에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시작하고,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을 연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우선과제로 삼아 내년도 정원을 1507명 늘렸지만, 의료계와의 갈등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8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오는 11일 출범하는 여의정 협의체에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금개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21년 만에 정부 단일안을 제시한 것을 주요 정책 성과로 보고했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2%로 인상하고,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연금 개혁은 입법 사안으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통령실은 국회 논의에 적극·참여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22대 국회에서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조차 되지 않아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노동개혁은 일부 성과…"소통 미흡" 지적도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가 난 부분은 교육 개혁이다. 유보통합은 2026년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영·유아 보육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했고, 다음달까지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처음 도입한 늘봄학교는 올해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했고, 2026년까지 전학년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유보통합은 '현장과의 소통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는 시·도교육청에서도 내년 3월 전면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참관을 위해 강원 원주시 명륜초등학교를 찾아 전래놀이 프로그램 진행 중인 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3.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노동 개혁 성과에 대한 평가는 진영에 따라 엇갈린다. 윤 대통령은 대규모 불법 파업 감소로 근로손실일수가 감소한 점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 시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를 '노조 탄압의 결과'로 보고 있다.

노조회계 공시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점은 성과로 꼽히지만, 노동약자 지원법, 공정채용법 등 관련 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저출생 정책에 출생아 수 혼인 건수 반등 성공

저출생 문제에서는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에서 반등이 나타났다. 지난 8월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 증가율은 각각 14년 만에, 그리고 8월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모급여 확대와 신생아 출산가구 특례대출 신설 등 정책 효과로 분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조정할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는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지지율에 개혁 동력 약화…"기존 정책 마무리하는 데 집중해야"

일반 정책과 달리 개혁은 중도층 여론 확보가 핵심이다. 그러나 11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레임덕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는 20% 밑으로 떨어졌고, 중도층 지지는 13%에 머물렀다. 이는 개혁 추진을 위한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여소야대 구조에서 개혁 과제를 완성하려면 야당을 설득하고 국회와 협력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9월에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과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개혁의 성공 여부는 정책을 얼마나 열심히 추진했는지가 아니라,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이 체감하거나 인정할 만한 개혁 성과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실이 국민들에게 개혁안을 충분히 알리고, 야당과 싸울 부분은 싸우고 도움을 청하면서 개혁 이슈를 부각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정치스캔들만 뉴스거리가 되고 있어 개혁 아젠다를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4대 개혁 아젠다를 수면 위로 올려놨지만,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개혁의 쟁점보다는 정부의 불통, 고집 등 다른 정치적 이슈들이 부각되면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남은 임기 동안 새로운 아젠다보다는 기존 정책을 수습하고 마무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