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겼지만 웃지 못한다…'김 여사 딜레마'

한동훈, 더 강해질 요구…대통령실 인적쇄신까지 수용할까
김여사 문제 매듭 어떻게…독대 후 여사 직접 사과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이 10·16 재·보궐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승부처 인천 강화·부산 금정에서 승리하자, 대통령실은 "선방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보수세가 강한 텃밭이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접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번 승리로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마냥 반길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다. 김 여사 문제를 정면 거론해 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이번 승리로 강화되면서, 대통령실로서는 오히려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 더 강력한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친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MBC 뉴스외전에서 "독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들 이게 안 되면 우리(보수)는 공멸한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주 초 한 대표와 만남을 앞두고, 거센 압박 속에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이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추가한 더 세진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김 여사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과하거나 직접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윤 대통령이 독대를 수용한 배경에는 김 여사의 직접 사과와 같은 결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날(17일)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불기소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이 경우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나면서 사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결과가 될 전망이다. 사법적 문제와 별개로 김 여사가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여사의 일정과 활동, 메시지를 관리할 제2부속실도 11월 초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여권에서는 야당의 특검법 공세에 맞서 제2부속실 설치로 김 여사를 체계적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러한 조치만으로 민심을 달래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친한계는 '김 여사 사과나 제2부속실의 설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 기류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선방한 결과가 나오면서 대통령실은 다음 주 초 예정된 독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만남 형식과 의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당장 '독대' 표현을 놓고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한 대표는 배석자 없이 윤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는 '독대'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참모 배석을 전제로 한 '면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실이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등 최소한의 참모가 배석하는 형태로 여당과 협의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한 대표 측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대 담판을 염두에 두고 있어, 대통령실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달에도 대통령실은 지난달 24일 당 지도부와 회동 당시에도 비서실장 등이 배석하는 3자 회동을 제안했으나, 한 대표 측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고리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며 자신의 입지를 부각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는 김 여사가 사과를 하면, 김 여사를 기소하라고 할 것이고, 검찰이 기소하면 김 여사 특검법을 받으라고 할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