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한남동 라인' 정리 요구…대통령실, 선거 전까진 일단 침묵

"당이 선거에 매진하고 있어"…한 대표 관련해 별도 입장 피해
한 대표, 독대에서 작심 발언 예고…김 여사 결자해지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4.10.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용산 대통령실 인적쇄신 발언에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불쾌감이 감지되지만 10·16 재보궐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상황에서 여권내 분열은 결국 양측 모두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실 인적쇄신에 대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지원 유세에서 처음 인적쇄신 발언 이후 수위를 더 올린 셈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이 선거에 매진하고 있지 않냐"며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한 대표의 이런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수면 밑에 있던 대통령실의 인사 문제를 여당 대표가 직접 지적하면서다.

관심은 한남동 라인…주요 국면마다 배후로 꼽혀

여권 내부에서는 주요 국면마다 김건희 여사 라인 혹은 관저를 자주 오간다는 의미에서 '한남동 라인'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 수행했던 이들로 ABC 비서관 외에도 대통령실을 떠난 전직 비서관, 행정관 3명 등이 꼽힌다.

이들이 의심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4월 박영선 전 의원 국무총리 기용설 당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조차 몰랐던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곧이어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지만, 한남동발 소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여권 내부에서도 파악되며 반발했고, 그만큼 한남동 라인의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됐다. 하지만 이후 비서실장 및 정무수석 등 주요 고위 관계자가 교체되며 한남동 라인의 영향력은 상당히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주장에 대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침착해져야 할 국면"이라고 했다.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위 친한계 인사들의 '한남동 7인회'와 같은 발언은 익명을 타고 언론을 장식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일단 침묵 선택…재보궐 이후 윤한 독대에서 해결해야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재보궐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상황에서 불쾌감 등을 드러낼 경우 윤·한 갈등이 다시 재점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인적쇄신 문제를 두고 주거니 받거니 할 경우 가뜩이나 불편한 당정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0·16 재보궐 선거 후 일정 조율을 거쳐 주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양자간 독대 혹은 일부 다른 인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만남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독대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의 인사를 요구하는 한 대표의 주장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경우 한남동 라인의 실체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 대표의 요청을 대통령이 수용해서 변화와 쇄신의 계기로 삼는다면 민심에 맞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작심 발언을 예고했다.

또 주요 의제될 수 있는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양측이 원론적 입장만 확인하는 회담에 그칠 수 있다.

김건희 여사, 이번 주 검찰 도이치모터스 기소여부 발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의 충돌 국면은 결국 김 여사가 결자해지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정 모두 파국을 바라지는 않지만 대통령실도 민감 이슈인 김 여사에 대해서는 섣불리 입장을 표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김 여사가 별도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검찰이 사실상 '불기소'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고 도의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사과 가능성을 닫지는 않고 있다. 명태균 씨와 텔레그램 메신저 등 공천개입 의혹 정황이 추가로 보도되고 있고,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공격 사주에도 김 여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사태가 점점 악화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핵심 관계자는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과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얘기를 듣고 있다"고 답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