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8·15 독트린, 북한 위협 아냐…핵 집착해 당장은 통일 어려워"(종합)

"꾸준히 통일 준비하고 실천해야 기회 왔을 때 실현"
"대중 관계, 상호존중·국제규범 원칙서 공동이익 추구"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 주최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답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4.10.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싱가포르=뉴스1) 김정률 기자 =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북한 정권이 8·15 통일 독트린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오차드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 연설 후 청중들과 질의응답에서 '자유와 인권에 집중한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에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질문에 "북한에 위협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통일 원칙과 비전은 자유, 평화 통일이다. 어떤 무력과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인 통일을 헌법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통일이라는 어젠다는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주의 체제를 북한으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갈망하게 여건을 조성하면서 대한민국 통일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에 정말 필요하고 도움되는 것이라는 공감대를 갖도록 연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현재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고 오로지 핵무기, 대량 살상무기에만 매달려서 집착하고 전체주의적인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당장은 바로 통일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을 준비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어떤 상황의 변화, 기회가 왔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그런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 속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외교 정책의 근간은 한미동맹에 있다"며 "중국은 북한이 남침했을 때 북한을 도와 대한민국 국군, 유엔군과 전쟁을 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런 과거에 매몰될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중국은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경제·투자 등 모든 분야에 굉장히 중요한 국가임은 틀림없다"며 "우리는 한미뿐 아니라 대중 관계도 상호 존중과 국제 규범과 원칙에 입각한 공동의 이익 추구라는 차원에서 대중 관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는 각급 대화 채널이 복원되고 있고, 추가로 더 만들면서 문제가 발생해도 오해 없이 건설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울러 한미 동맹을 튼튼하게 구축해 미중간 갈등 문제가 대한민국의 기업과 국익에 걸릴 때 양쪽에 솔직한 입장을 전달해 문제가 합리적으로 풀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강연에서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이는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이라며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6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더해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인태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며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연구소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강연 시리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