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독대 없는 90분 만찬…의정갈등 언급 없이 사진 4장 공개

핵심현안 비켜가고 국감·원전·수해 등 대화
전속 영상 촬영 없이 사진만 공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정률 기자 =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이 90분가량 이뤄졌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대표 선출 이후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윤 대통령은 7·23 전당대회 다음 날,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 전당대회 출마자들을 대통령실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로 초청해 삼겹살 만찬을 한 바 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번 만찬에는 당 신임 지도부와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진이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등 13명이, 당에선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등이 14명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이 배포한 참고자료에는 윤 대통령의 발언만 짧게 담겼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함께 먹게 됐네요"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어요"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사진 역시 단체 사진 등 4장이 공개되는 데 그쳤다. 앞서 7월 열린 만찬 회동 당시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같이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두 사람이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등 사진 6장을 공개한 바 있다.

한 대표가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도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에게 "독대는 사실 별도로 합의할 사안"이라며 "만찬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문제 등 당정이 긴밀하게 논의해야 할 민감한 의제가 만찬에선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이날 식사하면서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당정 화합, 수해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화기애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날 만찬 회동이 지난 만찬보다 30분가량 일찍 끝난 데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러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깝든 독대 없이 빠르게 마무리된 이날 만찬 회동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단둘이 마주 앉는 것조차 어려운, 비정상적인 당정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4·10 총선 과정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으로 충돌했고, 이후에도 해병대원 특검법 제3자 추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 주요 현안마다 충돌을 이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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