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기표 선생 "얼른 나아서 식사 대접"…김건희 "그 약속 꼭"

8월부터 단독 행보 재개한 김 여사, 8월30일 조용한 문병
야, 특검법 발의하고 '살인자' 공세수위 끌어올리던 시점

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전화에 대한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1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 와병 중이었던 고(故)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의 문병을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통화에서 "지난달 30일 김건희 여사가 장기표 선생이 입원 중인 일산 국립암센터를 직접 문병을 했다"며 "당시 장기표 선생은 '얼른 나아서 영부인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고 영부인도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한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 내외분은 (고인의) 별세 소식에 무척 황망해하신다"고 덧붙였다.

장 원장은 암 투병 끝에 지난 22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마산공고 졸업 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을 계기로 사회 운동에 헌신했다.

장 원장이 투병중인 사실은 그가 지난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는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병원에서 진찰받은 결과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돼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당혹스럽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적었다.

김 여사가 장 원장을 방문한 것은 이후 한 달여가 지나서다. 당시 김 여사는 방미 일정 이후 단독 행보를 재개한 시점이었다.

8월 초 윤 대통령과 여름휴가를 떠난 김 여사는 부산의 한 특산품 개발 업체와 전통시장을 '깜짝 방문'한 데 이어 부산에서 별도의 비공개 활동을 했다.

또 8월 말에는 김 여사가 폭염 속 서울의 한 쪽방촌을 찾아 쓰레기 수거 및 도배 작업 등 약 4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주화 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장 원장을 직접 문병한 것도 김 여사가 본인의 일정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던 행보와 맥락이 닿는다.

김 여사의 이런 단독 행보는 이달 초까지 이어져 마포대교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 예방과 구조 활동을 하는 경찰과 소방 현장 근무자들을 찾아 격려했다.

김 여사가 마포대교 난간에서 경찰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과 행사 중 '경청' '조치' '개선'과 같은 단어를 쓰는 모습이 겹치자 야당에서는 통치자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당 내부에서도 "조금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은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한 데 이어 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으로 김 여사에 대한 표적 공세가 한창이던 때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전현희 의원은 김 여사에게 '살인자'라를 표현을 사용하면서 대통령실도 "한 인간에 대한 인권유린"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