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윤-한 독대 사실상 거절…불편한 관계만 부각(종합)

"별도로 협의할 사안…내일은 신임 지도부 격려"
불쾌감 역력한 용산…갈등 우려 당분간 계속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김정률 신윤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청한 독대를 거절했다.

당정 간 화합을 도모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자리로 준비된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이 독대 논란으로 오히려 윤-한 간 불편한 관계만 부각하게 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24일 당 지도부 초청 만찬 회동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 여부에 관해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며 "이번 만찬은 무엇보다 당 지도부가 완성된 이후에 하는 상견례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당대표뿐 아니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16명이 참석하는 큰 자리인 만큼 대통령이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에서도 3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등 비슷한 규모로 참석자가 나올 계획이다.

홍철호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에서 서범수 사무총장을 만나 "독대는 어렵다"며 "별도로 추후에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독대는 추후 별도로 협의하겠다"며 열어놓기는 했으나 이번에 독대에 선을 그은 것은 당정 화합을 강조하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만찬에서 얘기가 나올 체코 원전 협력 강화 성과와 야당 특검법 공세, 민생 문제 등 현안에 앞서 의대 증원이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등 민감한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는 탓이다.

대통령실은 독대가 아닌 추경호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3인 차담회를 역제안했으나 한 대표 측에서 부정적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지난 21일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것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시는 윤 대통령이 체코 공식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시점으로 정상외교 성과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 전에 윤-한 독대가 모든 이슈를 덮었다.

여권 관계자는 "아무리 여당 대표라고 해도 물밑에서 협의해야 할 사항을 다 까발린 꼴"이라며 "용산 참모들 입장에서도 굉장히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찍은 터라 정상외교가 반등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독대 이슈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체코에 갔다 온 것도 별다른 효과를 못 보고 다 묻히게 생겼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독대에서 윤 대통령에게 여야의정 4자 협의체 가동을 위한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점도 대통령실에는 부담이 됐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입시가 시작돼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한 대표가 유연한 자세를 재차 요구할 경우 윤 대통령으로서는 불통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후 한 대표는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 만나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중요 사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여당 지도부 만찬 이후에도 당분간 윤-한 갈등 우려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홍 수석이 국회를 방문해 서 사무총장뿐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회동했으나 한 대표와는 회동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 노출한 바 없었음을 재차 확인해 드린다"며 용산 안팎에서 나오는 '의도적 언론플레이설'에 반박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