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 무한루프에 대통령실도 여당도 피로감
네 번째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 "이제 그만 할 때"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입법 강행에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방어하는 대치 정국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포기했고, 대통령실은 별도의 입장을 내는 것조차 무의하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19일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김여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강행처리했다. 이들 법안은 국회 통과 당일 정부로 이송됐다. 처리 시한은 다음 달 4일까지다.
4번째 발의된 해병대원 특검법은 이미 검찰과 경찰, 국회 청문회에서 통해 외압의 근거가 없다고 밝혀 더 이상 특검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또 제3자 추천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야당 입맛대로 특검을 고를 수밖에 없어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조사했지만 기소조차 못 했을 뿐 아니라 이번에는 공천개입 의혹 등 추가 쟁점만 더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22대 국회 들어 반복되는 상황에 더 이상 입장을 밝히기도 애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법안이 지속해서 국회를 통과하고 재의요구권이 행사되는 무한 반복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의 입법 공세에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민생 법안도 아닐뿐더러 정치적 의도가 명확한 공세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는 그동안 대야 공세를 자제해 온 대통령실이 지난 9일 해병대원 특검법 상임위 통과 당시 '분칠한 특검법', 김 여사 특검법 통과에는 '더 악화된 법안'이라고 불쾌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에서는 민생 법안이 아닌 정치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이런 특검법 공세에 대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는 이상 기류도 감지된다. 법안 본회의 상정 시 대응 방안으로 거론되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여당 의원들이 24시간 동안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감싸야 한단 부담감과 필리버스터 무용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체코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비롯해 당 일각서 제기되는 김 여사 사과 요구 등 현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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