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체코서 원전 수주 굳히기…유럽 진출 교두보 확보

웨스팅하우스 잡음 속 정상 차원 '원전동맹' 의지
체코도 유럽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의사 나타내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성에서 한·체코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프라하=뉴스1) 정지형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를 직접 방문하며 원전 수주 굳히기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체코와 '원전 동맹'을 구축하는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로까지 원전 수출길을 넓히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9년 만에 체코를 공식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7월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체코 정부가 같은 달 두코바니 5·6호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선정한 뒤 윤 대통령이 성태윤 정책실장을 필두로 하는 특사단을 보낸 것에 이어 이번에는 직접 체코를 찾았다.

윤 대통령이 체코로 향한 것은 무엇보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관해 정상 차원에서 의지를 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한수원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수주가 유력해지기는 했지만 최종 계약까지는 절차가 더 남아 있는 상태다.

아울러 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체코 당국에 이의를 제기해 한미 간에도 분쟁을 풀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최종적으로 계약을 따내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해외 원전 수주라는 성과를 올리게 된다.

여소야대로 국정이 꽉 막힌 상황에서 다시 한번 정상외교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한-체코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 관계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 것도 고객 잡아두기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건설에 이어 추후 테믈린 원전 3·4호기 건설을 확정할 경우 한수원이 또 우선협상 대상자가 될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비가 약 24조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테믈린 원전까지 따낼 경우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운 원전 최강국 도약에도 힘이 더 실리게 된다.

윤 대통령도 한-체코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체코와는 원자력 동맹이 구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전을 함께 짓는다는 것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한 단계 도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 체코 원전 수주가 체코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로도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와 기후 위기 등으로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다시 원전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파벨 체코 대통령도 "네덜란드와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같은 나라들이 원전을 개발할 계획이 있다"며 한국과 제3국 시장에 진출할 의사를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체코가 한수원을 선택한 이유를 당연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