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뉴라이트 교과서' 어떻게 검정 통과했나…국민 상대 사기"
"이력도 없는 출판사가 통과…철저히 조사해야"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야당이 3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한국사 교과서를 놓고 "검정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려했던대로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가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다른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장기독재'로 표현한 이승만 집권기를, 뉴라이트 교과서에서는 '장기집권'으로 기술한다"며 "4·19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 국민을 분노케 했던 독재 정치를 희석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라이트 교과서는 1946년 단독정부 수립을 공표한 이승만의 정읍 발언을 강조한다. '만약 정읍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이후 어떻게 됐을까'라는 가정법을 이용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며 "이른바 우파 세력이 가진 역사적 관점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또 "이 교과서는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중립을 가장해 미화한다"며 "'평화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 헌법을 만들었다고 정당화한다. 너무나 심각한 역사 인식 왜곡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교과서는 교육부 검정을 처음 통과했지만, 그 검정 과정 전반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자격도 없고, 이력도 없는 출판사가 낸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까지 통과하게 되었는지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또 "최근 윤석열 정부는 역사 교육에서 친일과 뉴라이트 기조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검정 교과서에까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존중하고, 국가 건설이나 근대화의 공적이 있더라도 독재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이 사회가 합의한 기본"이라며 "이러한 원칙이 청소년 역사 교육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왜곡된 역사관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역사학자 출신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며 "범죄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심사 결과를 관보에 게재했다. 야권과 일부 진보 역사학계는 이번에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설명이 부실하고, 이승만 정권을 독재 정권이 아닌 '장기 집권'이라고 표현했다며 우편향·역사 왜곡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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