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멀쩡한 상황에 계엄하는 대통령 어디 있나"

"민주당, 계엄 걱정해야 할 만큼 무리수 두고 있다는 방증"
갈등설 한동훈 대표도 "내 귀에 도청장치"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계엄령 준비설'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계엄령을 걱정해야 할 만큼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멀쩡한 상황에서 계엄을 하는 대통령이 어디에 있겠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은 아무런 논의조차 없는 계엄 준비설을 사실처럼 주장하는 민주당의 공세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음 달 법원의 1심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시선 돌리기용이라는 시각이다.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당선자들이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계엄논란이 지속될 경우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강경한 대응을 통해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계엄을 직접 입에 올린 만큼 일부 정치인의 선동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응이다. 원내 1당이자 거대야당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소속된 의원 대다수가 '탄핵-계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자체가 국가적 위기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재명 당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이 괴담을 양산한다는 대통령실 성명을 외면한 채 또다시 괴담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 대표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근거조차 없는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농단에 맞서 윤석열 정부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두고 대통령과 갈등설을 빚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민주당의 계엄 주장에서는 확실하게 단일대오를 이루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차차 알게 될 것이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라며 "일종의 '내 귀에 도청 장치가 있다" 이 수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만약 진짜 그렇다면 우리가 막을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자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