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세사기법·간호법에 거부권 행사 안할듯…"여야 합의 존중"

방송법 등과 달리 여야 합의 도출한 민생 법안
거부권 행사 반복 부정 여론도 일부 고려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4 국제 사이버범죄 대응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2024.8.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대안'(전세사기법)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인 데다, 의료 공백과 전세사기 등 민생 현안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 여야 합의안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의사의 수술 집도 등을 보조하면서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는 '진료 지원(PA) 간호사'를 명문화하는 게 핵심이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PA 간호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데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이다. 첫 통과될 당시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문구는 이번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의료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여야가 대승적으로 합의했다"며 "PA 간호사 법제화로 인해 현장 의료진들에게도 부담이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간호법 합의 통과를 환영했다. 이어 "간호사법에서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국민의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합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전세사기법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과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사기법은 정부·여당 안을 중심으로 야당의 '현금성 지원' 방안을 반영한 합의안이다. 새 법안은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선 보상 후 회수'와는 지급 방식 면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는 현금 직접 지급 방식이지만, 이번 법안에는 LH가 피해 주택의 경매에 참여한 뒤 낙찰받은 주택을 최대 10년까지 공공임대로 무상 제공하거나, 피해 주택에 거주하길 원치 않을 경우 민간주택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앞서 윤 대통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 '해병대원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이 정쟁적인 성격을 띈 것과 달리 여야가 모처럼 합의점을 찾은 민생 법안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9월 재표결 예정인 노란봉투법, 방송4법, 해병대원 특검법은 전 법안보다도 오히려 더 강화된 내용이 담겼다. 해병대원 특검법이 특검 수사 방해 행위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해 윤석열 정부를 직접 겨냥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법안의 위헌성이 가중됐다며 즉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가 늘어나면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21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만 여야 합의로 일부 내용을 수정해 가결됐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