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난' 어정쩡한 봉합…尹-李, 더 험해진 미래 예고편

이틀만에 정무수석 예방, 직접 통화했던 2년 전과 대비
'영수회담' 뇌관도 남아…"대통령실 상대로 체급 유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당 대표 취임 축하 난으로 촉발된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간 공방이 일단락됐지만 더 험난해진 대야 관계를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양측이 영수회담을 두고 온도 차이를 보여 언제든 또 충돌이 불거질 수 있는 형국이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명연 정무1비서관과 이해식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전날 통화를 갖고 축하 난 공방을 멈추기로 뜻을 모았다.

대통령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난을 전달하기 위해 민주당에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진 지 이틀 만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이튿날인 지난 19일 대통령실은 정무수석이 축하 난을 이 대표에게 전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민주당이 답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이 축하 난과 관련해서는 어떤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고 하며 양측이 대립각을 세웠다.

대통령실과 야당이 이제는 축하 난을 두고서도 다툰다는 비판이 일자 양측은 더 이상 관련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께서 보시기에도 민망한 일이 됐다"며 "기왕이면 모양새를 갖춰서 정무수석이 당 대표 취임을 축하하려고 했던 건데 일이 커졌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축하 난 전달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홍철호 정무수석이 이 대표를 예방할 때 이전에 전하지 못했던 축하 난을 들고 갈 수도 있다.

축하 난을 놓고 벌인 양측 공방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2년 전과는 달라진 정치 지형 및 위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 대표가 지난 2022년 8월 당 대표에 처음 당선됐을 때도 대통령실에서는 당시 이진복 정무수석이 예방해 대통령 명의 축하 난을 전달했다. 예방은 이 대표 당선 이틀 후에 곧바로 이뤄졌다.

형식 면에서는 축하 난 전달이지만 정무수석이 대통령 메시지를 신임 야당 대표에게 전하는 성격도 있어 첫 예방은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실제로 2년 전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깜짝 전화 통화가 이뤄져 이목을 끌었다.

이 대표는 당시 통화에서 윤 대통령에게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최대한 빨리 만나자며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통화로까지 이어졌던 취임 축하 예방이 이번에는 시작도 전에 삐걱거렸다.

일각에서는 임기 중반기에 접어들며 다소 힘이 빠진 윤 대통령과 지난 4월 총선에서 압승하며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이 대표 사이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당 대표 선출된 뒤 곧바로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이번에 당 대표 취임 축하 예방이 이뤄지면 이 대표로서는 재차 영수회담을 꺼내며 윤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지난 4월 영수회담에서 야당이 협치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보다 대통령 망신주기에만 몰두했다는 인식이 강해 영수회담에 관한 거부감이 크다.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양측이 갈등 봉합에 나서긴 했지만 충돌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진 못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어떻게든 대통령실을 바라보는 것이 체급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관해 "정해진 바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