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5개월 만에 '반국가세력' 언급…안보 힘주며 지지층 결집

"자유민주주의 위협 반국가세력 곳곳서 암약"
광복회와 갈등 촉발 '건국절 논란' 의식 풀이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8.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관한 확고한 대비 태세를 강조하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반국가세력'이라는 용어를 꺼냈다.

최근 잇달아 안보 행보에 나서고 있는 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노리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전날 을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반국가세력은 헌법을 위배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을 지칭한다.

윤 대통령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을 통해 허위 정보나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 등 회색지대 도발에 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과정에서 반국가세력을 언급했다.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경우 국내에 있는 반국가세력을 앞세워 국가적 혼란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暗躍)하고 있다"며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해 폭력과 여론몰이, 선전, 선동 등으로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사회를 분열시키는 세력은 단순한 교란 세력일 수 있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려는, 헌법을 위배하는 반국가세력일 수도 있다는 뜻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등 물리적 위협과 함께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심리적 위협에 관한 대비 태세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최근 전쟁 양상이 군사적 타격뿐 아니라 가짜뉴스를 비롯한 사이버 선동 등 하이브리드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우리 안의 자유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복절에도 윤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에 기반해 자유 사회를 교란하려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의 허위 선동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법의 큰 틀인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세력은 통일에도 저해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취임 첫해인 지난 2022년 10월 여당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에서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처음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듬해에는 사용 빈도가 늘었다.

지난해 6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과 8월 유엔사 주요직위자 초청 간담회·광복절·을지 국무회의, 9월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 등에서도 반국가세력을 언급했다.

당시는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정상화와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에 나서며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던 시점으로 안보 정책에 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후 윤 대통령이 대상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이념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사용을 자제하다가, 올해 3월 천안함 폭침일에 다시 반국가세력을 말했다.

이번 달 들어 부쩍 안보 행보를 늘린 윤 대통령이 약 5개월 만에 다시 반국가세력을 꺼내 든 것을 두고 최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놓고 광복회와 갈등을 빚은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여러 차례 건국절 제정 시도는 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광복회와 야권이 건국절 제정 공세를 그치지 않자 여론 반전을 위해 안보를 연결고리로 지지층 결집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 발언은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하신 말씀"이라며 "건국절 논란과 연계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