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정부 인사 대사면…尹, 후반기 동력 '보수결집'

조윤선 안종범 원세훈 등 보수 정부 인사 사면·복권
MB와 만찬 회동도…일각 '한동훈 견제·야권 분열용'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7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6.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는 물론 전직 대통령과 두루 식사 회동을 하고, 박근혜·이명박 정권 관련 인물을 사면·복권하는 등 보수층 결집을 꾀하는 모습이다.

4·10 총선 과정에서 생긴 여권 내부 균열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흩어진 보수 지지자들을 묶어내 하반기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8·15 광복절 특별사면·감형·복권 안건을 재가했다.

명단에는 최대 관심사였던 친문(문재인)계 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눈에 띄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섯,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복역한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등으로 징역 14년 2개월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 처리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특사와 관련, 문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여야 정치인들을 사면해 정치적 화합과 국민 통합을 도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면에 '한동훈 견제', '야권 분열' 노림수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를 일축하고 통합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경수 사면'은 여권의 국정원·사이버사 댓글 사건과 야권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카드라는 설명이다.

보수 진영 인사의 사면·복권과 맞물려 윤 대통령의 '식사 정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동훈 지도부를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진행한 데 이어 전날(12일)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와도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은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당정 갈등이 '김경수 복권'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원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보수층 통합을 통해 전통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의 상황을 감안한 듯, 이 전 대통령은 만찬 회동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가 돼 똘똘 뭉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은 대동단결 뿐"이라고 강조했다.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정이 분열하면 당정 동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발언이다. 다만 한 대표 측은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당정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여권 내 중론이다.

윤 대통령의.최근 행보는 보수층 결집을 통해 지지율 정체 국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이후 약 4개월 동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 사면과 '식사 정치'에 대해 "보수층을 공략해 그동안 지지율을 떠받쳐 온 전통 지지층의 마음을 끌어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반등시켜, 후반기 국정운영 추진 동력을 얻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8.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