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진 문책성 인사?…대통령실 "키신저처럼 리베로 역할"

일각 "북러 군사협력 못 막아" 해석…미 대선 코앞 부적절 지적도
대통령실 "외교안보특보 명예직 아냐…외교·안보 균형맞추는 자리"

신설된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기용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2024.6.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하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앉힌 것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같은 외교 책사 역할을 맡기기 위한 차원으로 13일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외교안보특보는 국외를 자유롭게 다니며 대통령 생각을 전달하고 핵심 국익에 직결되는 과제를 완수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급변하는 외교안보 상황 속에서 핵심 국익과제 수행에 아주 특별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안보실장을 신원식 국방부 장관으로 교체하면서 장 실장을 외교안보특보로 기용했다.

일각에서는 정통 외교관 출신인 장 실장이 2선으로 후퇴한 것을 두고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 대사를 지낸 장 실장이 북러 군사협력 문제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외교라인을 뒤로 물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장관급인 외교안보특보가 명예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을 하며 외교와 안보 간 균형을 맞춰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일·중·러 등 4강 외교뿐 아니라 원전과 방산 수출 등 핵심 국익이 걸린 외교 현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직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미 대선도 외교안보특보로 일하게 될 장 실장이 원활하게 챙겨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 실장은 외교부 재직 시절 대표적인 '미국통'이기도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키신저 전 장관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키신저 외교'를 펼쳤듯 장 실장은 '리베로'로 뛰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동과 미 대선부터 시작해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으니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현안을 챙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중국을 비밀리에 찾아 닉슨 전 대통령 방중을 주도했고, 1973년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노벨평화상을 받는 등 국제 정세를 주도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특보팀' 구성을 지시하며 각별하게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장 실장은 외교안보특보로 이동한 후에도 대통령실 청사를 떠나지 않고 7층으로 사무실을 옮겨 상근직으로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장 실장은 정통 외교관으로 각국에 여러 지인이 많다"며 "인맥을 활용해 전환기 외교 상황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할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