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교안보라인 전면에 '군 출신'…국제정세 급변 대응
북러 밀착 등 나토서 안보환경 대응 필요성에 숙고
정통 외교관 빼고 '3성 장군' 기용해 안보 역량 ↑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외교안보라인에 군 출신 인사를 전면 배치하는 '깜짝 인선'을 단행한 것은 국내외에서 엄중해진 안보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외교안보 분야 주요 직위를 인선했다.
윤 대통령은 새 국방부 장관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임명하고, 국가안보실장에는 신원식 현 국방부 장관을 내정했다. 새로 만들어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는 장호진 현 안보실장이 내정됐다.
인선 브리핑은 시작 18분 전 출입기자단에 공지됐고, 내용이 사전에 새지 않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졌다.
외형적으로는 외교라인이 뒤로 물어나고 안보라인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김성한·조태용·장호진 안보실장에 이어 윤석열 정부 4번째 안보실장직에 오른 신 장관은 육군사관학교(37기)를 졸업한 3성 장군(중장) 출신이다.
앞서 김성한 전 실장은 학자 출신이었으며, 조태용 전 실장과 장호진 현 실장은 모두 정통 외교관 출신이었다.
이 같은 내용의 인선은 윤 대통령이 지난주 여름휴가 기간에 구상을 끝낸 결과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급변하고 있는 외교안보 환경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고 숙고 끝에 안보 파트를 강화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북러 군사밀착 등 안보 위협 요소가 곳곳에서 터져나와 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
올해 나토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사시 상호 군사 개입을 골자로 하는 북러 협력 강화가 주요한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앞선 외교 전문가 출신 안보실장으로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회복, 한미일 3각 공조 체계 구축 등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위한 토대를 닦은 만큼 이제는 시선을 안보로 돌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풀이다.
정진석 비서실장도 인선 브리핑에서 신임 안보실장에 내정된 신 장관을 두고 "현 국방장관으로서 당면한 안보 현안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 한 치 안보 공백 없이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안보를 책임일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새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김 처장을 지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실장을 지낸 김관진 전 실장에게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누가 좋을지 묻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김 처장을 언급했다는 후문도 있다.
북한 정권이 가장 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전 실장에게 인정받을 만큼 김 처장이 능력과 충성심 측면에서 탁월하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인식이다.
아울러 김 처장은 윤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일 뿐 아니라 이번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일하며 대통령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처장은 후보자 소감 발표에서 "국방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힘을 기초로 한 확고한 안보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신설된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장호진 실장과 관련해서도 특보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특보는 명예직 성격이 강했으나 장 실장이 계속해서 외교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안보실장으로 임명된 지 약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을 두고 '좌천성 인사'라는 뒷말을 차단하기 위해 외교안보특보를 새로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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