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거부권 정국'…尹, 25만원법·노란봉투법에도 곧 행사

방송4법에 19건째 거부권…"야당 강행처리에 불가피한 조치"
野, 대통령 거부권 법안 재발의 계획…도돌이표 악순환 거듭

생각에 잠긴 윤 대통령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방송법 관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대 국회에서 방통위법을 제외한 방송 3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 엿새 만이다. 4개 법안이 한 번에 송부되면서 법안으로는 19건째 거부권 행사가 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알림을 통해 "방송 관련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임에도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발을 무시하고 강행처리한 방송 4법 중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도록 했다. 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은 각각 KBS·MBC·EBS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주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국민의힘은 방송 4법을 '좌파 방송 영구 장악법'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지난달 30일까지 5박 6일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현행법에 따라 이사를 구성해 놓고 정권을 잃고 야당이 되니 영구적 방송장악을 위해 친야권 노조인사로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도돌이표가 거듭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정책적 사안이라며 정치적 부담감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발의 속내에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감을 주려는 의도가 있고,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치적 법안에 정책적으로 반대한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곧 민주당 당론 1호 법안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과 21대 국회에서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법안은 정부로 이송된 상태로, 윤 대통령은 오는 20일까지 국회에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들 법안을 한 번에 처리하지 않은 것은 각 법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이들 두 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취임 후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21건이 된다. 임기 중 총 4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를 합한 것과 같은 수치다.

이 경우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받는 정치적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쟁에 휘말려 민생을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정부를 압박만 하는 모양새를 취한 민주당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법안을 재발의 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