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부권 정국…휴가 복귀 尹대통령, 주초 방송4법부터

방송4법 재가 후 노란봉투법 25만원법 추후 행사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정률 기자 =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휴일인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과 8·15 광복절 특사 명단 등 그동안 쌓인 현안을 보고받고, 경축사 연설문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참모들과 회의도 예정돼 있다.

당장 관심이 쏠리는 건 방송 4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이다. 이 법안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건의안이 의결돼 대통령 재가만 남겨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11일) 혹은 이번 주 초에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방침이다.

당초 윤 대통령이 휴가 중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처리 시한이 14일까지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재가를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 금융시장 불안 등 민생 현안을 고려해 대통령실이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국회로 되돌려보내는 16~19번째 법안이 된다. 방송법 관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대 국회에서 방통위법을 제외한 방송 3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외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도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된다. 두 법안은 정부로 이송된 상태로, 윤 대통령은 오는 20일까지 국회에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각 법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법안 6개를 한꺼번에 묶어 처리하기보단, 방송 4법에 재의요구권을 먼저 행사한 후 전 국민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은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추후 대응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13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6개 법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21건이 된다. 임기 중 총 4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를 합한 것과 같은 수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가질 정치적 부담감은 없다며,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위한 민주당의 정치적 법안에 정책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거부권 정국이 계속될 경우 민생은 저버리고 정쟁만 벌인다는 국민적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원 두 달이 지난 22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여당의 필리버스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무한 정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해병대원 특검법 등 일부 법안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커 대통령실이 받는 압박감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반복적인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인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거부권 정국이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300석 중 170석이 넘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정쟁 법안과 탄핵안을 밀어붙이느라 민생 법안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권에선 "야당이 대통령 탄핵 명분을 쌓기 위해 대통령 거부권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