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로 미룬 '거부권 정국'…尹 기다리는 6개 野 단독 법안

방송 4법·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 줄줄이 대기
잇단 청문회 공세에 용산선 野 향한 불신 증폭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계룡대 전시지휘시설에서 '24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Ulchi Freedom Shield) 연습 준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8.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여름휴가를 끝낸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이 강행 처리한 쟁점 법안들을 잇달아 국회로 되돌려 보낼 준비를 하면서 또다시 거부권 정국이 펼쳐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뿐 아니라 각종 청문회 개최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윤 대통령과 야당 간 대치 국면이 출구를 못 찾는 모습이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최근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들에는 재의요구(거부권)를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는 법안으로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이 있다.

법안들은 모두 정부로 이송된 상태며 방송 4법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건의안이 의결돼 대통령 재가만 남겨두고 있다.

재의요구 시한이 오는 20일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은 이르면 13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건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시점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6개 법안 모두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여야 합의 없이 국회에서 넘어온 것에 더해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법률들이어서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재의요구를 행사할 수밖에 없는 법안을 보내면서 책임을 대통령에게 지우고 있다"고 밝혔다.

6개 법안이 모두 국회로 되돌아갈 경우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단숨에 21건이 된다.

민주화 이후 정권별 거부권 행사 법안이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인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헌정 초기 혼란스러웠던 이승만 정권(45건)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예상이 있을 정도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입법·현안 청문회 공세에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대정부 압박 수단 중 하나로 국회 상임위원회 청문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해병대원 특검 입법 청문회와 지난달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청문회 등에 이어 전날에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관한 청문회가 열렸다.

야당은 지난달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당일에 방통위 '2인 체제'에서 KBS 이사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야당은 청문회에 새로 선임된 KBS와 방문진 이사를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모두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야당이 협치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용산과 대화할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고 있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정사상 첫 방통위 직무대행 탄핵,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방통위원장) 3일 이상 청문회, 헌정사상 첫 방통위원장 첫 출근에 탄핵 발의에 이어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시작도 안 한 이사들을 부르려고 했다"며 "이사들을 길들이려는 것 외에 뭐가 있겠나"라고 밝혔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