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정국, 영수회담 '만능열쇠' 될까…기대감·회의론 교차(종합)

이재명 "尹 만나고 싶다" 발언 후 정부·여당 회피는 안해
거부권 정국 입장차 여전…영수회담 성사까지 산적한 난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을 마친 후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꽉 막힌 정국을 풀 열쇠가 될 수 있는 영수회담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일정을 감안하면 '8말9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여당이나 야당의 극적 양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6일 SBS가 주최한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윤 대통령을 꼽으며 "꽉 막힌 대결 정국을 어떻게 해결할지 만나서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이런 제안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석열 정부를 압박만 해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민생법안 처리는 미루고 일방적인 특검법안 등 처리 강행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데 대한 부담을 민주당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 영수회담을 추진하려는 분위기다. 여야를 떠나 최근 경기 침체와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매몰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겸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의 경제 위기는 윤석열 정부 혼자 힘으로 돌파하기 어렵다"며 "여야가 톱다운 방식으로 논의해서 속도감 있게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고 정책에 대해 협의하는 건 중요하다"며 "회담을 통해서 민생을 풀어나가고 정쟁이 아니라 정책 위주로 (협의를) 출발하겠다는 생각의 전환이나 제안은 환영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여당 대표 패싱론에 대해서도 "우리는 격식보다 민생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정당"이라며 "절차라든가 형식은 차후에 따져도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영수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차분하게 검토할 사항"이라며 "서로가 (회담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왜 거부하겠냐. 지금 대통령이 휴가 중이니까 오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당선 이후 차기 지도부에서 이를 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관계자는 영수회담에 대해서 "전당대회가 끝나고 이 전 대표의 신분이 확정돼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에 대해 즉각적인 수용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휴가 여부를 떠나 영수회담이 실효성 측면에 대한 회의감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미 방송 4법을 비롯해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등 정부·여당이 반대한 법안을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통해 강행처리한 상황에서 영수회담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는 박 직무대행의 "민생 관련 입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중단하라"는 발언 등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민생법안으로 규정한 민주당과 합의점을 찾기보다 간극만 확인해 '빈손 영수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두루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