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법에 민생지원·노란봉투까지…尹 거부권 20건 돌파 앞둬

현재까지 총 8차례 걸쳐 15건에 재의 요구
여야 극한 대치에 이미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4.7.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개수가 조만간 20건을 넘길 전망이다.

의석수를 앞세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윤 대통령이 대치 국면을 이어가면서 거부권 행사 횟수가 늘어나는 중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023년 3차례 6건, 올해 5차례 9건을 합쳐 총 8차례 15건이다.

지난해에는 양곡관리법(4월), 간호법(5월), 노란봉투법·방송 3법(12월) 등이 거부권으로 국회로 돌아갔다.

올해는 쌍특검법(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특혜 제공 의혹 특검법·1월), 이태원참사특별법(1월), 채상병특검법(5월), 전세사기특별법·민주유공자법·농어업회의소법·한우산업지원법(5월), 채상병특검법(7월) 등이 있다.

민주화 이후 각 정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정권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일각에서는 헌정 초기 혼란스러웠던 이승만 정권 때 45건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정희 정권 때는 5건이었다.

당장 방송 4법에 민생회복지원금법, 노란봉투법까지 최소 6개 법안이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대통령실은 전날 내부 회의에서 국회 방송 4법 처리 상황과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 한 통화에서 "국회에서 처리가 진행 중인 사항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메시지는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법안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점을 고려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방송 4법도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회복지원금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두 법안도 대통령실이 각각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위축한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민생 법안은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에 관한 책임을 야당에 지우고 있지만 거야(巨野) 앞에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를 이뤄 국회에서 재의결된 법안은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유일하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말 뭘 더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범야권이 192석을 가져간 국회 상황과 낮은 대통령 지지율, 대통령 영부인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등이 맞물려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가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야당은 입법권이 있다고 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명약관화한 법을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도 야당에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헌정사상 이런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