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핵 억제력 규합 이은 北 인권 찌르기…대북압박 투트랙 전략

첫 탈북민의 날 기념식서 "북한 동포 단 한 분도 안 돌려보낼 것"
한미 핵억제·핵작전 지침 확장 억제 최상위 수준…트럼프는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제 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미국 순방 기간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 서명에 연이은 대외 견제 메시지이다.

이는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 밀착에 맞서 안보와 북한 인권 문제를 연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 추진과 북한 인권 개선은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 과제로 제시한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첫 번째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북한 정권은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에 장벽과 전기 철조망을 치고, 심지어 지뢰까지 매설하고 있다"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를 가로막는 반인륜적 행태"라고 북한 정권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폭정과 굶주림의 굴레에 가두어 놓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부각시켜 국제적 대북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를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계신 동포들이 강제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국제 사회의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과 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춘 행보를 보였다. 김 여사는 미국 방문 중이던 지난 11일 탈북민들을 만나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김 여사가 미국에서 탈북민을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 때 이후 두 번째다.

김 여사는 "여러분의 용기 있는 행동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북한인권 개선에 강한 의지가 있으며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격상을 통해 대북 확장력 억제를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해 북핵 억제력을 최상위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성명은 한미가 공동으로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핵 발사 잠수함·대륙간탄도미사일(ICBM)·핵무기 탑재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핵 자산의 한반도 상시 입무를 특별 배정하고 이를 문서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동맹이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고 대통령실은 평가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오물풍선 살포, 탄도미사일 발사, 사이버 테러와 해킹 등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복원하는 조약을 맺은 북한에 맞서 대북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의미도 있다.

윤 대통령은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외교에도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약 한 달 반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북러 군사 밀월을 비판했다. 또 나토 회원국 공동성명, 인도·태평양 4개국 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공동성명에도 북러 군사협력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다만 한미 공동성명의 경우 지속성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주한미군 철수까지 시사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한 바 있다.

2016년 정강정책에 포함됐던 북한 핵 폐기 요구, 북한 정권 위협 시 대응 약속, 북한 주민 인권 확립 기대 등 북한과 한반도 관련 언급이 사라졌다는 점도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다만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굉장히 탄탄한 지지 기반이 있다"며 "트럼프 진영 인사들도 우리 측에 한미동맹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일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