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단독 외교'…김건희 여사, 안보·인권 주제 나토 일정
웜비어 어머니 만나 "북한 주민 결코 외면 않을 것"
하와이 교회 찾아 "이승만 잊힌 위업 재조명되길"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이번 2박5일 간의 미국 방문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북한 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등 단독 외교 행보에 나섰다.
이번 순방의 핵심 콘셉트였던 '안보 외교'에 발맞춰 김 여사도 핵심 이슈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미국에 머무는 동안 윤 대통령과 함께 하는 일정과는 별개로 3개의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김 여사는 방미 첫날인 지난 9일 하와이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설립한 한인기독교회를 방문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나라의 독립을 염원하며 기도했을 한인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머나먼 타지에서 이토록 애쓰셨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잊힌 위업이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같은 날(9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동포간담회에서 초대 이승만 대통령께서 인재 양성과 독립운동에 매진하시면서 국가 건국의 기반을 마련하신 곳도 바로 이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대통령을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윤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국민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현대사를 보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김 여사는 북한 인권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기치인 '자유·인권·법치'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슈다.
김 여사는 순방 마지막 날인 11일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의실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 주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여사가 워싱턴에서 탈북민을 만나는 것은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 때 이후 두 번째다.
김 여사는 "여러분의 용기 있는 행동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북한인권 개선에 강한 의지가 있으며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도 참석했다. 김 여사가 웜비어 모친을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이후 1년여 만이다. 웜비어 모친은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를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이어 "김 여사께서 오토를 항상 기억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 정상 배우자들과 친교도 나눴다. 김 여사는 10일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 미국사박물관에 나토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재회한 질 바이든 여사와 반갑게 인사하며 장외 외교를 펼쳤다.
다만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5박7일 미국 국빈 방문 기간 보여준 폭넓은 행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였다는 평가다. 당시 김 여사는 넷플릭스 투자 유치에 직접 참여하고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와 따로 만나는 등 문화 예술을 비롯해 보훈 분야 등에서 7개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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