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이르면 오늘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행사

尹취임 뒤 15번째, 22대 국회 첫 재의요구 행사 임박
경찰 수사결과 직후 거부권 강행 기류 힘…재표결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9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하는 15번째 법안이자, 22대 국회 첫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될 전망이다.

9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이 순방지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이를 재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지난해 7월19일 해병대 채모 상병이 수해 현장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의 요구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을 할 것"이라면서도 "여당에서도 요청이 있었고 위헌성이 더 강화된 특검법안이 넘어왔기 때문에 재의 요구를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8~11일 미국 방문 일정을 감안해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특검법의 위헌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거부권을 조기 행사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닷새 만이자 정부로 이송된 지 이틀 만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게 된다. 이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첫 번째 특검법보다도 속도가 빠른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도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 결정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은 해병대원 사건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법을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병대원 사건을 수사해 온 경북경찰청은 전날 해병대 7여단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과 하급 간부 등 3명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경찰이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경찰의 수사 결과를 존중하고 또 경찰이 밝힌 실체적인 진실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해서 사실관계를 빨리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19일 채 상병 1주기 전 재의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1주기와 맞물리는 만큼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론의 압박에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이 이탈하면 재표결 통과 요건(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을 채울 수 있다.

다만 공개적으로 특검 찬성 입장을 밝혀오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표결에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등 여당에선 현 특검법은 위헌적 요소가 짙다는 공감대가 뚜렷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재의결에 실패하면 8월 임시국회에서 특검법을 재발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