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할 줄" "저급한 도발"…탄탄한 尹 신임, 과감해진 한 총리

文정부·야당에 수위 높은 비판…거침없는 행보로 존재감
"아닌 건 아니다 말하는 것…소신껏 주장하고 대응할 뿐"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온화하고 유화적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아온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들어 거침 없는 언행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전 정부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 발언, 야당 의원들과 설전도 마다않는 강단 있는 모습을 잇따라 보이며 존재감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중반기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개각에 돌입했지만 대통령의 신임 속에 한 총리의 '유임'은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이다. 윤 정부 핵심 정책인 의료개혁을 총괄하고 있고, 경제 및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 총리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그립도 더 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정부에 따르면 한 총리는 전날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2022년 3월 대선 끝나고 5월 새 정부 들어올 때 그때의 여건, 우리가 물려받은 경제를 볼 때 우리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 2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정부"라면서도 "국제사회가 가진, 안보리 결의안이 가진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작동하는 데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야당 주도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탄핵 시도에 김 전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비극적인 사태"라고도 했다.

한 총리는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는 행위에 대해선 "저급한 도발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고, 22대 국회 파행에 대해선 "굉장히 실망했다" "국민을 움직이는 진정한 정치의 힘은 모욕과 조롱에서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총리의 이런 발언은 정파와 무관하게 실력과 전문성으로 '대통령' 빼고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치며 평생 공직자로 지내온 행보에 비추면 의외란 평가가 많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은 한 총리가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책과 그 방향성에 관한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이지, 이전보다 발언 수위가 거칠어진 것은 아니란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한 총리는 정부의 정책과 그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어한다"며 "특히 정치권에서 하는 불합리한,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에 대해 휩쓸리는 걸 싫어하는데 이에 반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경제 전문가이자 합리적 시장주의자로 분류된다. 완화재정 기조를 펼친 지난 정부 때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도 긴축재정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하는 것 등은 기존 소신을 공개적으로 말한 것뿐이란 설명이다.

의료개혁이나 대북정책 등에 대한 발언도 각각 법적으로 과정상 문제가 없다고 인정받은 점,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등 국제사회적으로 문제인 점 등에 따라 정책 기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 총리의 최근 발언이 강경하다기보다는 합리적인 정책이 아닌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고,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라며 "경제에 있어선 자유주의자,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현실주의자인 한 총리는 소신껏 사실이 아닌 주장에 대해 해명하고 있고, 강도 높게 야당이 말하는 건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