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손자 돌보려 일시전출 국가유공자 배우자…임대주택 퇴거 가혹"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의견 표명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청에서 이달 말 폐점을 앞둔 '롯데백화점 마산점' 입점 소상공인 등의 고충을 청취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024.6.19/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어린 손자를 돌보기 위해 아들 주소지로 잠시 전입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부부에게 임대주택에서 퇴거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권익위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임차인의 배우자가 주택을 소유한 아들 주소지로 임시 전입했다는 이유로 임대주택 계약 갱신 불가를 결정한 것에 대해 국가유공자인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1968년쯤 해병대 복무 당시 작전 수행 중에 당한 총상으로 왼쪽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국가유공자로, 2020년 4월 임대주택에 입주해 거주하던 중 갱신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A씨의 배우자가 계약기간에 유주택자인 아들의 주거지로 주소를 이전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갱신계약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A씨의 배우자는 2013년 결혼해 분가한 아들이 가정불화로 자녀 셋을 홀로 양육하게 되자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아들 거주지인 도서지역을 오갔다.

그러나 왕복 선박운임 기준 11만8700원으로 부담을 느낀 그는 주민할인을 받기 위해 아들 거주지에 일시 전입신고를 한 점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섬 주민 왕복 운임은 3400원이었다.

이에 A씨는 "배우자가 손자를 돌보기 위해 일시 전출했고, 아들은 이미 세대를 분리해 함께 거주할 수도 없으니 임대주택에 계속 거주하게 도와달라"며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A씨는 군 복무 중에 발생한 총상으로 50년 이상 하지장애를 얻은 국가유공자이며, 배우자는 홀로 거동이 불편한 A씨를 돌보며 오랜 기간 함께 거주해 왔다.

아들은 오래 전 결혼해 A씨와 세대를 분리했으나 가정불화로 홀로 어린 자녀를 돌보게 된 상황에서 도서지역에서 교대근무 하고 있어 전일근무 시 육아공백이 발생했다.

결국 A씨의 배우자가 손자를 돌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보훈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A씨에게 장거리 선박운임은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아들 소유 주택은 59㎡로 A씨 부부와 아들, 손자 등이 함께 거주할 만한 규모라고 보기 어려운 점, 법원도 관련 판시를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권익위는 의견 표명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국가를 위해 온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한 국가유공자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주거 불안에 내몰리거나 최소한의 주거 안정조차 누리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이분들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