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원' 출마 날…대통령실 "불필요한 메시지 없게 하라"
당대표 선거 본격화에 내부 입단속하며 거리두기
한동훈, 해병대원 특검법 거론했지만 원론적 반응
- 정지형 기자,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김정률 기자 =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잇달아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날 원론적 입장만 내며 계속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해병대원 특검법 추진 같은 용산 심기를 건드리는 말까지 나왔으나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입단속도 이뤄졌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진석 비서실장은 전날 참모들과 한 회의에서 여당 당대표 선거와 관련해 "불필요한 메시지가 나가지 않게 하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시간 간격으로 차례대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시점에 나온 지시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세 당권 주자가 모두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위 관계자를 통해 6문장으로 이뤄진 짧은 입장을 밝혔을 뿐 다른 참모들은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며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여권이 용산에 주목한 것은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실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출마 선언에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해병대원 특검법에 관해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평적 당정관계와 해병대원 특검법 모두 종국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해야 실현이 가능한 일인 만큼 여권은 대통령실이 어떤 입장을 낼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전 위원장이 거론한 특검법은 제삼자가 특검을 고르는 방식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하는 법안과는 다르다.
민주당과 결이 다르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던 윤 대통령과는 충돌하는 지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극단적 여소야대라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당원들의 마음과 국민들의 선택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포부와 소신들을 밝히는 것"이라고만 했다.
지난해 3월 실시된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윤심 논란이 내내 이어지며 대통령실이 당무 개입 비판에 시달렸던 만큼 특정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는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과는 올해 초 총선 국면에서 공천과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놓고 충돌을 빚었던 전력이 있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 의원 역시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 자리에서 해촉될 때 윤심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던 일이 있다.
여기에 원 전 장관은 지난 총선 이후 대통령비서실장으로도 거론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로서는 자칫 잘못하면 윤심 논란에 또 직면할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는지에 따라 정부도 여러 국면에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어 대통령실이 아예 신경을 안 쓴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선거를 지켜보고 있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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