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 "러, 北에 정밀무기 주면 남은 선 없다…레드라인 근접"

장호진 실장, KBS 일요진단 출연…북러 군사밀착 재차 경고
"우크라전 후 한러관계 발전시키려면 러 측이 심사숙고해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2024.6.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러시아가 북한에 고도의 정밀무기를 준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선이 있겠나"라고 경고했다.

장 실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런 부분을 러시아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북한이 침략을 받을 시 제공할 수 있는 군사적 지원으로 정밀무기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장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무기와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응해 오는지에 따라 무기 지원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강조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 측에서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며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에 합의하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대응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무기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과 155㎜ 포탄, '코뿔소'라 불리는 K600 장애물개척(지뢰제거) 전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 실장은 북러가 '동맹'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진단했다.

장 실장은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을 규정한 북러 조약 4조에 관해 "'유엔 헌장 51조와 국내법에 따라서'라고 돼 있어서 자동개입은 아니다"며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반드시 동맹을 포함한 개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정은 혼자 열심히 동맹이라고 얘기하고 푸틴은 동맹이라는 말을 전혀 안 썼다"며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군사지원이라는 얘기는 안 했는데, 군사지원이라는 말이 포함된 게 밝혀진 건 북한이 조약 문안을 공개하면서다"고 했다.

장 실장은 "양측 간에 입장이나 뉘앙스 차이가 있는 건 아니냐는 의구심도 많이 있어서 파악해야 할 부분"이라며 "러시아 측 설명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미연합연습을 빌미로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을 두고는 "러시아가 연합연습을 핑계로 북한에 어떤 액션을 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쩔쩔매고 있는데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봤다.

동시에 러시아를 향해 재차 경고 메시지를 꺼냈다.

장 실장은 "최근 러시아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진 모습"이라며 "한러관계를 우크라이나 전쟁 후 복원하고 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프리고진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러시아 파트너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북한에 (과학기술 등을) 지원해주면 나중에 레버리지로 삼아서 러시아에 어떻게 할지 러시아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설립자이며 러시아 군 수뇌부와 마찰을 빚은 뒤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장 실장은 북러 밀착에 관한 중국 측 움직임에 관해서는 "중국에 부담을 주기보다 스스로 자기 판단에 따라 자기 길을 가도록 해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최근 일본이 북한과 몽골에서 극비리에 접촉했다는 소식에 관한 질문에는 "일본 측 설명은 들었다"며 "일본과 북한 간 납치자 문제 입장 차이를 보면 북일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