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대화' 촉구한 정부…동력 잃은 '진료거부' 끝날까

한 총리, 환자들에 의료개혁 필요성 설명…환자단체 '궐기대회'
서울의대 '집단행동' 중단…냉담한 여론에 의료계 변화 기대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지난주 환우단체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정애님의 자녀 퇴원 현장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2024.6.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추진한 '불법 집단 진료 거부'에 정부와 환자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등 돌린 여론과 법적 근거마저 잃은 의료계가 사실상 투쟁 동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의료계 및 정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들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면 휴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 948명 중 73.6%인 698명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대위는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하며 지난 17일부터 집단행동을 벌여왔다.

비대위는 "우리가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당장 지금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피해를 둘 수 없어서"라며 "국회 복지위, 환우회, 소비자단체 등도 실제 환자 피해를 우려하는 간곡한 당부를 줬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집단행동을 중단한 이유가 "무능한 불통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명분 없는 투쟁이란 점에서 함께 집단행동을 벌이는 다른 단체들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의대 증원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에 나서왔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한 총리가 나서서 환자단체들을 만나 고충을 청취했다.

지난 21일에는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에서 퇴원하는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 박하은 씨와 어머니 김정애 씨를 격려했다. 김 씨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자주 오가는 딸을 위해 삭발 후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와 집단행동에 대해 항의하고, 군인과 경찰처럼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수 없게 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동안 의사집단행동 대비 현장점검을 위해 병원들을 방문해 온 한 총리는 김 씨 모녀를 만나러 천안까지 내려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1949년생인 한 총리는 고령에도 의료계 집단행동 등을 해결하기 위해 물밑 설득에 나서면서 최근 물집이 생겨 윗입술이 부르튼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총리가 환자의 전화를 받은 뒤 직원들에게 새벽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일화도 정부의 의료개혁 진정성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또한 대법원이 지난 19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를 기각했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다음달 4일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점도 투쟁의 명분을 없앴다는 분석이다.

무기한 진료 거부에 나선 대한의사협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은 점 등도 의료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문제를 빠르게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지난 21일 "의대 증원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이 많이 달라 바로 합의가 이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하겠다"며 "의료계 전체가 모이든, 전공의나 의대생만 모이든 교수들만 모이든, 만나서 얘기해 보자고 하는 곳은 개별적으로 저희가 쫓아다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 견고하지만, 한 총리는 "내년 이후에 (정원을) 늘리는 건 의료계가 의견을 내면 논의해 보자고 정부는 열어놨다"고 말했다. 의료계를 향해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진정성 있는 제안에 나선다면 대화는 성사될 것"이라며 "환자들과 국민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