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우크라 무기지원, 러 하기에 달려"(종합)
푸틴 "아주 큰 실수 될 것" 반발 일축
155㎜ 포탄 우선지원 검토 '일단' 부인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대통령실은 21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 재검토에 관해 "구체적인 방안은 러시아 측이 어떻게 응해 오는지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관해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러면서 "무기 지원에는 다양한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직접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에 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전장에서 러시아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실제로 무기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에 경계심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분야 대북(對北) 지원은 러시아나 북한에 대한 침략이 벌어질 경우에만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상호 군사개입이 피침(被侵)을 전제로 하는 만큼 한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는 이상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개입을 할 일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재검토할 것인지는 "러시아 측도 차차 아는 것이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러시아 측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살펴본 뒤 무기지원 수위를 결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전황을 크게 좌우했다는 평가를 받은 155㎜ 포탄을 비롯해 탄약부터 우선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때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행정부 비밀 문건에 미국이 155㎜ 포탄을 요청할 시 어떻게 대응할지를 대통령실이 논의한 내용이 담긴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다만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시 155㎜ 포탄, 대전차유도탄 등 탄약부터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이달 초 북러가 체결할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대해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도훈 주러시아대사가 이달 초 러시아 측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푸틴 대통령 방북 직전에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재차 경고했다고 한다.
지난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기간에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현지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대러 수출규제 등 독자 제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순방을 끝내고 지난 16일 귀국했을 때 곧바로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대응책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여러 차례 경고에도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받는 국가와 군사 분야를 포함해 전방위 협력에 나선 것 자체가 한반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정부 명의 성명을 내고 강하게 규탄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북러가 동맹과 비슷한 관계를 만든 것도 문제이지만 북한처럼 안보리 제재를 받는 국가와 폭넓은 협력을 하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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