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저출생' 해법으로 野와 차별화…정책 추진 동력이 관건
저고위 '타깃 정책', 지방시대위 '거시 환경조성' 투트랙
박스권 갇힌 지지율, 정쟁성 단기 이슈 민감한 여론 고민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개편에 이어 연일 저출생 문제 해결 대책을 내놓으며 정책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거야(巨野)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시급한 현안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지방시대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지방시대위 회의에서는 경북을 포함해 지자체 8곳에서 신청한 '기회발전특구'가 의결됐다.
윤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기회발전특구와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4대 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에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와 세제·재정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와 사업용 부동산 재산세 5년간 전액 감면을 포함한 여러 당근책을 마련했다.
윤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에 사활을 거는 것은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화는 결국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저고위에서 일·가정 양립을 핵심으로 하는 저출생 문제를 타깃으로 하는 정책을 내놨다면, 지방시대위에서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이 다방면에서 저출생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집중하는 것은 지금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위기를 극복해 낼 마지막 시기마저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방시대위 회의에서 "저출생과 인구절벽,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국가적 비상사태를 극복하려면 고(故) 박태준 회장과 같은 불굴의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며 "해왔던 방식 그대로 해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여소야대를 앞세워 정부 각종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저출생 문제 해결은 야당도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할 수만은 없는 사항이다.
또 윤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이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과 해병대원 특검법 강행 처리 시사, 이 대표 '대북송금 사건' 관련 추가 기소 등 정쟁과 사법 리스크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까지 저출생 문제 해결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행보가 국민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낮은 지지율로 정책 추진 동력 확보가 쉽지 않고, 여론이 저출생 문제 보단 단기적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도 고민거리이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평가한 비율은 26%이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외교'가 26%로 가장 많았다. '의대 정원 확대'(11%)와 '국방·안보'(6%) 등이 뒤따랐지만 저출생 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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