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인구전략기획부…'저출생+고령화+이민' 해법 낸다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이러다 스파르타처럼 멸망"
아빠 육아휴가 6.8%→50% 확대…"눈치 안 보고 써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 대책 시행에 나섰다.

국가 존망이 달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일·가정 양립을 비롯한 대책에 국가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저출생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한다.

우선 저출생 대책을 만들고 추진할 '거버넌스'부터 새로 세운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국민보고에서 처음 언급한 저출생대응기획부 명칭을 '인구전략기획부'로 확정하고 저출생 예산에 관한 사전 심의권을 부여한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인구전략기획부에서 저출생 관련 예산을 기획하고 편성하는 권한을 가진다"며 "기획재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결정을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6년간 28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며 각종 정책을 펼쳤으나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 만큼 인구전략기획부가 예산권이라는 칼을 쥐고 대규모 정책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사회부총리가 이끌게 되는 인구전략기획부는 저출생 예산 사전 심의권을 바탕으로 인구 정책을 기획·평가·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부처 이름을 인구전략기획부로 정한 것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고령사회 대응과 이민 정책을 통합해 추진하기 위해서다.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정 인구 유지를 위해 이민이 불가피해진 상황을 고려해 다방면에서 인구 정책을 관할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저출생대응수석실을 설치하고 인구전략기획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매월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며 정책 공백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 정부가 대책에 고심인 가운데 19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 마련된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아울러 정부는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최우선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육과 주거도 3대 핵심 분야로 포함되기는 했지만 결국 아이를 마음 놓고 낳으려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현재 6.8%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 50%로 대폭 늘리고, 아빠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 확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메인 키'"라며 "육아휴직 급여를 250만 원으로 올리고 눈치를 안 보고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육아휴직 대체근로자를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월 120만 원을 지원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고위 관계자는 "육아휴직 사용을 제일 어렵게 하는 것이 동료들이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직장 동료들을 지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스파르타'를 예시로 든 것도 그만큼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최강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멸망의 길에 접어든 결정적 원인은 인구 감소"라며 "이제 국가 총력전을 벌여서 암울한 미래를 희망차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