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 희귀병 환아 엄마의 눈물…한 총리 "송구"(종합)
환자단체 간담회…한 총리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없는 나라 목표"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우리 아픈 환자들은 '새우'예요. 정부와 의사의 '고래 싸움'에 우리 새우 등은 터져요. 환자가 죽으면 의사가 뭐 필요하며, 국민이 죽으면 국가가 뭐 필요한가요."
희귀 유전 질환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하은 씨(23). 박 씨를 갓난아기 때 입양해 돌보고 있는 어머니 김정애 씨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환자단체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우리 하은이는 신혼부부가 낳았지만 태어나자마자 포기하는 바람에 마침 장애아동 입양신청을 한 제가 24년 전 가슴으로 안았다"며 "46세에 입양해 24년을 제 인생 전부를 바쳤다"고 밝혔다.
이어 "하은이는 23년간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며 여태껏 생명을 유지해 왔다"며 "사지 기형이고, 지능은 세 살이고, 걷지도 말도 못 해서 세 살짜리 아이를 기르는 것처럼 키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나서 '의사 옆에는 환자가 있어야 하고, 환자 옆에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제발 저희 딸을 살려달라'라고 하소연했지만 임 회장은 '대화를 하려고 해도 정부에서 상대를 안 해주니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하더라"라며 "기다렸지만 들려온 소리는 전국 병의원의 휴진"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혁을 하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우리 아들딸들이 탈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정부 원망도 했다"며 "의사들도 정부도 죄송하다고 하지만 그 말이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 환자들, 내 딸이 죽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군인들과 경찰은 시위를 못 한다고 하는데,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도 파업을 다시 하지 않게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치료받지 못하다가 죽었다'는 한국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인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료 공백 관련 법과 원칙대로 하셔야 우리 하은이 어머니 같은 분들이 가슴에 못질하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은이 어머니뿐만 아니라 중증·희귀 난치성 질환자 가족들이 모두 대못을 가슴에 박고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시작된 넉 달간의 의료 공백 기간에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 왔던 환자들에게 의료인의 연이은 집단 휴진, 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환자들은 각자도생이라는 용어를 많이 썼는데 이제는 각자도생을 넘어 각자도사, 죽을 사(死)를 쓰면서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환자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며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의료 공백 사태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고통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국민과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해 의료개혁을 시작했다"며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없는 나라, 중증질환 환자들이 전국 어디서나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 필수의료에 헌신하는 의사들이 만족스럽게 보상받는 나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대 의대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결의한 것에 대해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이 불안감에 잠 못 이룰 것 생각하면 너무나 송구한 심정"이라며 "정부는 의대교수들과 개원의들의 집단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의료계를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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