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6년만에 폐기 수순…대북 확성기 예열(종합)
'北 감내 힘든 조치' 결정…내일 국무회의서 처리
오물풍선 살포 잠정 중단에 "일단은 지켜보겠다"
- 정지형 기자,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김정률 기자 = 국가안보실은 3일 오물풍선 등 북한 도발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
안보실은 이날 오전 11시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안보실 1차장) 주재로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NSC 상임위원회 결정 사항에 관한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날 긴급히 열린 NSC 상임위에서는 오물풍선과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지난달 말부터 북한이 감행한 복합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었다.
구체적인 조치 사항으로 이날 NSC 참석자들은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NSC는 북한이 사실상 폐기를 선언하면서 유명무실화한 9·19 군사합의로 인해 군 대비 태세에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보실은 전체 효력 정지를 두고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로 제약받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군사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도발에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도 가능해진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NSC 참석자들은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추가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과 NSC 상임위원들에게도 보고됐다.
9·19 군사합의 효력이 모두 정지되면서 대북 확성기 사용과 MDL 일대 각종 군사 훈련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 간에 도출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9·19 군사합의는 상대를 향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이 골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한 통화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 여부에 관해 "오늘은 일단 제도적으로 풀어놓은 것"이라며 "북한이 가만히 있는다고 했으니 일단은 지켜보겠다"고 했다.
당장 확성기 재개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대북 확성기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 오후 대통령실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뒤 성명을 내고 오물풍선 추가 살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남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할 경우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추가 도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반발해 한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에 나선 것을 빌미로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NSC가 이번에 전체 효력 정지에 나서면서 북한의 파기 선언에 이어 약 7개월 만에 양측이 모두 군사행위를 공식화한 셈이 됐다.
한편 이날 NSC 회의에는 김홍균 외교부 1차관, 김선호 국방부 차관, 황원진 국가정보원 2차장, 김병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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