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야 입법독주에 14번째 거부권…22대 국회 더 큰 파고

野 압박 속 협치보단 '현실론' 선회…세월호법은 유지
尹대통령, 민생 챙기기 주력하며 돌파구 찾기 모색할듯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전세사기특별법 등 전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4건의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4건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하면서 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정국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안이 심의,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곧이어 이를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대상으로 삼은 법률안은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지원법 등 4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5월 간호법 제정안 △12월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 △올해 1월 쌍특검법에 이어 지난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열흘도 안돼 다시 4건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야당이 21대 마지막 국회에서 이런 거부권 정국을 만든 것은 윤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정 운영을해야하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의 입법독주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는 등 야당과도 협치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고리로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는 등 오히려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현실론으로 선회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은 헌법의 권한에서 여당을 돕겠다"며 거부권과 예산편성권을 활용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문제는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의 재발의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율 하락 등으로 가뜩이나 국정운영에 난맥상을 겪고 있는 정부·여당으로서는 거부권 정국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달가울리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윤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민생'과 국민들로부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외교 분야에 집중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 역시 이런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다시 민생토론회를 재개하는 한편,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직구 금지'에 이어 '노인 운전 제한' 등 잇단 정책 혼선을 개선하기 위해 고위당정 정책협의회를 정례화 했다. 또 정책실장 주도로 '민생물가 TF'와 '국가전략산업 TF' 등도 구성하면서 물가 잡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