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하루 46만건 어떻게 조사하나…사후규제 실효성 '의문'

사실상 '원점' 돌아간 해외직구 안전 확보…마땅한 대책 없어
정부 "부처 협동해 자료 축적…위해성 차단 말고 다른 수단 방법 찾겠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붉어진 해외직구 규제 논란과 관련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2024.5.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정부가 소비자 반발에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제품 관련 해외직구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했지만, 제대로 된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직구의 안전성을 위해 법률 개정을 통해서 KC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안전하다고 확인이 되기 때문에 그런 제품을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 당시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에 대해서는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고,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은 신고·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면 국내 반입이 차단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소비자들과 정치권에서는 '과도한 규제' '설익은 정책'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의 비판을 했고, 정부는 사흘 만에 브리핑을 열고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정부는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를 법으로 개정하려던 것을 재검토하고,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국내 반입을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6월 중 80개 품목에 대한 위해성을 확인한 뒤 해당 제품에 대해 직구를 차단하게 되지만, 이는 문제가 드러난 특정 제조사의 특정 모델에만 해당한다. 예를 들면 A제조사의 B유모차에서 위해성이 확인됐을 때, B만 직구가 차단되고 A제조사의 C유모차는 직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고, 수많은 직구 제품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지만, 관세청 등 관계 부처들은 이미 통관 절차 등에서 위해성 검사를 실시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관세청·서울시 등이 해외 직구 플랫폼인 알리·테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 등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다량의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액은 6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하고, 올해 1분기 국내로 들어온 통관 물량은 약 4133만 건, 하루 약 46만 건에 달한다.

이처럼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해외직구로 국내에 반입되는 상황에서 빠른 안전성 검사가 진행되기 어렵고, 위해성이 확인된다고 해도 이미 이를 구매한 소비자는 피해자가 된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안전인증을 KC인증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옳은 의견 수렴이라는 반응이지만, 국내 중소기업 측에서는 '역차별'이란 반응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해외직구 제품들은 제대로 된 인증이나 규제 없이 단순한 안전성 검사만 받으면 되는데, 우리는 KC 인증을 받는 등 수많은 규제를 받으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우리 가격이 당연히 더 비싸게 되고, 결국 경쟁력이 떨어져 해외직구 판매자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해외직구 제품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고, 국내 산업계를 보호하겠다는 데에서부터 시작한 정책이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혼란만 빚은 점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과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원 국무2차장은 "관세법 237조 조항을 보면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칠 때 차단 조치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이를 근거로 정부 부처가 협동해서 인텐시브하게 진행하면 자료 축적도 되고, 통계도 나오면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 위해성 차단 조치 말고 다른 수단으로 막을 방법이 있는지 찾겠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위해성 검사로 적발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게 확인된다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차단해서 국민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위해성 있는 제품을 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