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반환' 기여한 김건희 여사…법요식 참석하려다 결국 '불참'

보스턴에 있던 불교 유물 반환에 결정적 역할
영부인 없는 '영부인 덕담'…비공개 오찬도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함께 헌등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15/뉴스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계 행사에 참석한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도 동행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불참으로 최종 결정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미국에 있던 불교계 유물이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기여했던 점을 고려해 행사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환담 자리에서 김 여사에 관한 언급이 실제로 나오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사리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감)는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반환 논의 재개를 적극 요청하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셔서 모셔올 수 있었다"며 "불교계에서도 크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한미관계가 돈독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불교계에 기여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보스턴미술관을 찾았을 때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 반환 관련 논의 재개를 요청했다.

김 여사가 당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에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하자, 보스턴미술관장은 유관 기관과 필요한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었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던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유출된 것을 보스턴미술관이 1939년 한 업자에게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수 논의는 지난 2009년부터 약 15년간 지속됐지만 지지부진했고, 김 여사 요청을 계기로 협상이 재개된 끝에 환지본처하게 됐다.

이 같은 이유로 김 여사도 봉축법요식에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여사가 실제로 참석할 경우 시선이 부처님오신날이 아닌 외부 공개 활동을 재개한 영부인에게 쏠릴 것을 우려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4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찾아 한국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봉축법요식 이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이동해 참석한 오찬 자리에도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마찬가지로 불참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은사 오찬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재개할 계기를 살펴보고 있지만 최근 검찰 인사를 놓고 야당에서 '김건희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여의찮은 모습이다.

김 여사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끝으로 5개월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앞서 지난 5일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 김 여사가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국 윤 대통령 혼자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는 윤 대통령 부부가 함께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