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소통 넓혔지만 '채상병·김여사' 평행선…협치까지 먼길
"아내 현명하지 못한 처신" 사과했지만 "특검은 정치공세"
"협치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어…포기 않겠단 자세 중요"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야당에서 요구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협치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다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민감 현안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했지만 큰 틀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민보고에서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야당도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회와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 나가겠다"며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에서는 취임 이후 처음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 문제가 21대 국회에서 이어 22대 국회에서 계속 이어지질 것으로 보이자 그동안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해 온 것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를 예고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특검의 본질이나 취지에 맞지 않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특검법이 재발의 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또 민주당이 21대 국회 처리를 요구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을 보고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중재안을 어느 정도 수용한 모습이지만 민주당은 이런 중재안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기존 법리적 반박의 연장선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새로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도 정부와 야당의 대립 구도는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즉각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입장 발표를 하고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몹시 실망스러운 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으로 잠시 협치 무드가 조성되나 했지만 민감 현안에 대해 첨예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감안한 듯 협치 방안을 묻는 질문에 "협치란 것이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고 그래서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확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협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 또 절대 이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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