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2년] ⑧'관료' 중심 인사서 탈피…이젠 '정무'의 시간

'정통 관료'로 채운 1기 용산…검사 편중 지적도
'왕수석' 이관섭 2기…총선 참패로 정진석 등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한 정진석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제22대 총선 참패 후 새 비서실장으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기용하면서 '3기 체제'가 막을 올렸다.

새 정부 출범 후 '전문성'을 최우선시했던 인사 기조에서 방향을 틀어 '정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문성 내세운 관료 중심 1기 체제

윤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가운데 지난 2년간 용산 참모진 구성 변화를 보면 올해 4·10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전문성 중심 기조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 본인이 검찰 출신인 만큼 전문성이 뛰어난 '늘공'(직업 공무원) 위주로 참모를 발탁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초대 비서실장으로 지난해 12월까지 '1기 체제'를 이끌었던 김대기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정통 관료 출신이었으며, 경제수석에도 마찬가지로 기재부 출신 최상목 현 기재부 장관이 임명됐다.

안보·외교·노동·교육·보건 등 나머지 분야에도 해당 정부 부처 출신 고위 공무원을 기용하면서 '어공'(정무직 공무원)은 입지가 대폭 좁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의도 출신 정치인을 향해 가지고 있는 불신이 늘공 위주 기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왼쪽 두번째)가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의 대통령실 인선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22.5.1/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용산과 내각 곳곳에 포진한 검찰 출신 인사

1기 체제에서는 '검찰 편중 인사'가 비판받기도 했다.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에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 부속실장에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 등이 기용되면서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초대 내각에서도 검찰 출신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성근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이완규 법제처장 등도 검찰 인사들이었다.

과거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한 참모는 "정권 초반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다 보면 결국 주변에 있는 인사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었다면 정치인이 주요 자리에 많이 앉았을 것"이라고 했다.

늘공 중심 조직으로 굴러간 탓에 정무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지난 2년 내내 윤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첫 정무수석으로 3선 중진 이진복 전 수석이 뽑혔으나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것이 용산 안팎에서 나오는 대체적인 평가다.

노동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주 69시간 근무제' 논란과 과학기술계 반발을 불러온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도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대표적 사례들이다.

윤 대통령이 1기 체제를 '2실(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2차장(안보실 1~2차장)'으로 출발했으나 조직을 계속 늘려 나간 것도 조직구조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청와대 마지막 '3실 8수석' 체제에서 조직을 대폭 축소하며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를 강조했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이관섭 등판하며 '정무성' 제고…'2기 체제' 이끌어

하지만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제를 비롯해 각종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22년 8월 정책기획수석(후에 국정기획수석으로 명칭 변경)을 새로 만들어 '2실 6수석' 체제로 늘렸다.

첫 정책기획수석으로는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임명됐는데, 이 전 수석은 산업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정무적 판단 능력이 뛰어나 전문성 강화에 더해 부족한 정무성을 채우는 데 역할을 했다.

'왕수석'으로도 불렸던 이 전 수석이 지난해 12월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대통령실은 '2기 체제'로 들어섰다.

2기 체제는 '3실장 6수석 3차장'으로 조직이 대폭 커진 점이 특징이다.

정책실장과 과학기술수석이 신설되면서 정책 기획과 집행력이 강해졌고 안보실 밑에는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3차장이 만들어지며 업무를 세분화했다. 윤 대통령이 R&D 예산 삭감 파동을 겪으며 만든 과기수석 산하에는 연구개발혁신·인공지능디지털·첨단바이오비서관이 만들어졌다.

당시 조직 개편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전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놓고 새 참모를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2기 체제는 아울러 안상훈·김은혜 전 수석과 주진우·이원모·강명구·전광삼 전 비서관 등 제22대 총선에 나가려는 참모들이 대거 용산을 나가면서 새 사람으로 채워진 시기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관섭 비서실장 퇴임 및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 취임 인사 행사를 마친 후 대통령실을 떠나는 이 비서실장을 배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레임덕 위기 속 '구원투수' 정진석 '3기 체제' 신호탄

민생토론회 추진을 포함해 2기 체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하는 정부를 표방하며 올해 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4월 총선 참패로 얼마 가지 못하고 수명을 다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안보실 제외 수석비서관급 이상 핵심 참모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며 약 4개월 만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범야권에 192석을 내주며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위기까지 불거지자 정치인 출신 인사 기용 필요성이 커졌고 지난달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이 구원투수로 오르며 '3기 체제' 출발 신호탄을 알렸다.

정무수석도 '0선' 한오섭 전 수석에서 재선 홍철호 현 수석으로 교체하며 대국회 소통 기능을 강화했다.

또 '민심 정보' 청취 기능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7일 민정수석실을 신설하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해 '3실장 7수석 3차장' 체제로 진용을 재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료 중심 체계에서 점점 정무 영역을 늘려가는 것이 대통령실 조직 역사"라며 슬림화 기조 폐기 지적에 관해서는 "슬림화라는 선언적 기조보다 '대통령실이 국민을 위해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중심적 기조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통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5.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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